한국의 노인 자살 문제, 범인은 빈곤과 외로움
노년층의 사랑을 다룬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흥행에 성공한 2011년, 한국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4천 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1990년에 비해 다섯 배 증가한 수치고, OECD 평균보다 4배 높습니다. 하지만 OECD 평균 정도임에도 큰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책을 이끌어내는 청년층의 자살과는 달리, 노년층의 자살은 조용히 잊혀지기 십상입니다.
충동적으로 행해지는 젊은이들의 자살과 달리, 노인들은 세심하게 자살을 준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면 예방 효과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노인들을 위한 자살 방지 도우미 파견에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수도 서울에는 매일 도시락을 배달하고, 여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통 서비스를 지원하는 지역 노인복지센터들도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수에게만 허락된 사치입니다. 농어촌 지역의 노인 다수가 자식들과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모여들던 고속 성장의 시기에, 정부가 사회 복지에 투자하기 보다는 “가족의 희생”에 기댔던 탓입니다.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부모 세대는 노년에 자식들의 부양을 기대하며 이런 체제에 순응했죠.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나이든 부모를 당연히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죠.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질이 낮고 제한적입니다. OECD 국가의 노인층 가운데서도 한국 노인층의 빈곤은 크게 두드러집니다. 그러다 큰 병이라도 닥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서울시 마포구의 노인복지센터는 노인들을 위해 유서와 묘비명을 쓰고 영정사진을 찍으며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웰 다잉(well-dy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복지센터에서 이야기하는 죽음이 자살이라는 형태는 아닐 것입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