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교미자세의 비밀
최근 1억 6천 5백만년 전 교미중이던 두 곤충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화석은 이들의 교미자세를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게 보존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고대 곤충의 교미에 관심을 가지는데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이들의 교미자세와 생식기의 형태를 통해 진화의 역사와 종들의 관계를 밝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화에서 번식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온갖 다양한 형태의 생식 장치들을 시도했습니다. 이를 보는 것은 마치 이에로니무스 보쉬와 M.C. 에셔, 그리고 루브 골드버그의 공동작품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우리는 두 종의 생식기를 비교함으써 이들이 언제 자신들의 공통조상에서 갈려져 나왔는지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곤충의 생식기에는 보다 사악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트 형태로 몸을 구부리고 교미하는 실잠자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암컷의 뱃속에는 끝이 수저와 같은 형태를 한 수컷의 생식기가 들어 있습니다. 수컷은 이를 이용해 다른 수컷의 정자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정자를 배출합니다. 자연은 이빨과 발톱에 피를 묻히고 있다고 말해지지만, 자연의 가장 가차없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생식기입니다.
과학자들이 곤충의 교미, 특히 교미자세에 관심을 가지는 두번 째 이유는, 이들의 교미자세가 곧 암컷과 수컷 중 누가 더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를 알려주며,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가 이들의 행동양식과 진화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곤충에게 흔히 발견되는 자세는, 암컷이 수컷 등 위에 올라타는 자세입니다. 귀뚜라미의 경우, 수컷의 노래에 감동한 암컷은 스스로 수컷의 등위로 올라갑니다. 암컷이 자리를 잡은 후, 수컷은 빨대 형태의 생식기를 이용해 몇 분에 걸쳐 자신의 정자를 흘려넣습니다. 이 과정은 매우 조심스러우며 암컷의 전적인 협조를 필요로 합니다.
한편 물위를 걸어다니는 소금쟁이(water striders)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교미합니다. 수컷 소금쟁이는 지나다니는 암컷 소금쟁이 위로 무턱대고 올라탑니다. 암컷은 대체로 수컷을 떼어놓으려 하며 때로 여기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곤충과 동물의 세계를 1950년대의 삶, 곧 수동적인 여성과 마초 남성의 세계로 상상하지만, 이는 현실과 다릅니다. 어떤 귀뚜라미과의 곤충들이나 여치의 세계에서는 암컷이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수컷은 자신의 체액으로 자기 무게의 30%에 달하는 영양가 있는 먹이를 만들어 암컷에게 바칩니다. 암컷은 교미중에 이 먹이를 먹게 되고, 따라서 더 큰 먹이를 만들수록 수컷은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습니다. 물론 예상가능하듯이, 수컷은 아무에게나 이 먹이를 바치지 않으며, 때로는 까다로울 정도로 자신이 먹이를 바칠 암컷을 고릅니다.
흥미로운 교미자세를 가진 마지막 곤충은 바로 바퀴벌레입니다. 바퀴벌레는 가장 오래된 자세인 엉덩이를 맞댄 자세로 교미합니다. 구애 페로몬을 뿌리고 몇가지 유혹 행위를 한 후 이들은 뒤로 돌아 서로의 엉덩이를 맞댑니다. 뒤를 돌아 볼 수 없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 짝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이 자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종종 기묘하며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몇백만년 뒤에는 바퀴벌레도 더 편리하게 교미하도록 진화할 지 모릅니다. 인간이 그 때까지 남아 있다면, 그 변화를 관찰할 수 있겠지요.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