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윤리학(neuroethics)의 필요성
법정에서 뇌과학의 결과가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정 범죄자들의 경우 대뇌 일부 영역의 크기가 유별난 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폭력의 한 이유일 수 있다는 데는 많은 뇌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대부분의 뇌과학자들은 뇌 사진을 특정 개인의 정확한 심리상태를 판명하거나 그의 범죄가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사실의 증거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버드와 MIT가 공동으로 설립한 브로드 연구소의 스티븐 하이먼은 올 초,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우리의 행동이 뇌의 작용에 기인한다는 것은 믿습니다. 그러나 내게 뇌 사진을 보여주며 가석방의 유무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개인에게 있어 무엇이 그런 뇌 상태를 만들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뇌과학 결과는 이미 법정증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뇌 사진만이 아니라, 편도(amygdala)의 역할이나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의 기능장애가 한 해 수백 건의 법적판단의 근거로 사용됩니다. 쉽게 말해, 법조계는 뇌과학과의 밀회를 즐기고 있습니다.
듀크대학의 법학교수 니타 파라하니는 최근 미국신경과학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에서 여기에 대한 염려를 드러냈습니다. 그녀는 2005년부터 2012년 사이에 범죄자를 변호하기 위해 신경 및 행동유전학의 연구를 인용한 법적의견을 1500건 이상 찾아냈습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나는 남들보다 더 충동적이며, 더 공격적이며, 더 자신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내 형량을 줄여주기를 요청합니다’ ”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요청은 기각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합니다. 특히 어떤 피고인들은 자신을 진단한 뇌과학자의 무능으로 인해 자신이 가진 뇌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뇌과학이 법정에 등장함으로써 생긴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뇌과학은 처벌과 책임이라는 개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그들이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이 생각과 지금까지 우리가 유지해온 처벌과 책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을까요?”
뇌과학은 유죄를 선고받은 범죄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응보주의에 기반해 범죄자들을 처벌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처벌보다는 갱생(rehabilitation)에 보다 집중해야 할 지 모릅니다.”
(Scientific Ameri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