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외국인노동자 없어도 괜찮아?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11월 4일자로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경찰들이 작업장과 외국인 거주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는 중입니다. 현재 메카시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 수용 시설에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예멘 등에서 온 2만 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추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순히 돌아가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격렬하게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어 지난 10일에는 경찰 수색 중에 2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한켠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이 임금 체불과 열악한 노동환경, 이민당국의 가혹한 처사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하는 등, 육체노동직과 기술직을 맡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자 도시의 필수적인 기능들이 마비될 지경입니다.
사실 지난 봄에도 사우디 정부는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하고 7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민자 유입을 관리하고 사우디인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돌려주어, 왜곡된 노동시장을 “사우디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강력해보입니다. 현재 사우디의 실업률은 공식적으로 13%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나도, 현재 이들이 채우고 있는 일자리들이 사우디인들에게 어필할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로 인해 임금이 전반적으로 인상되면, 엔트리 레벨의 자리에도 더 많은 사우디인들이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이렇게나 강경하고 극단적인 처방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또한 사우디 법에 따라 모든 이민자들은 사우디 국적의 유료 스폰서를 두어야 하는데, 이 스폰서들이 서류를 위장하여 불법 취업을 부추기는 등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죠. 개혁이 어려워 체제가 공고해지는 사이, 사우디의 젊은 세대는 힘든 일이라면 외국인들에게 맡겨버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다수의 사우디인들이 당국의 강화된 단속을 반기고 있으니, 앞으로의 상황은 지켜봐야겠죠.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