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노우지독(老牛舐犢), 중국의 대기 환경 개선의 동인이 될 수 있을까?
* 노우지독: 늙은 소가 송아지를 핥는다는 뜻으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이르는 말
지난주 중국에서는, 8살 여아가 폐암진단을 받은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대기 중 건강에 해로운 미세입자 농도가 높아지면서 내성이 약한 어린이에게 암이 발생한 것인데요. 이와같이 심각한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는 국내 언론에서도 여러번 보도 될 만큼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되버렸습니다.
시민들은 조깅을 하러 나가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조차 꺼려하게 되었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일조차 삼가려고 합니다. 중국 언론사들은 연신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보도하고 있고, 대중들은 평범한 일상 생활마저 대기오염에 의해 제약을 받기 시작하자 관리 부실을 이유로 중국 정부에 큰 분노를 표출하고 있죠.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중국정부는 얼마전 2017년까지 240조의 예산을 투입하여 지름 2.5μm 이하의 미세 먼지 농도를 25%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는 자국민들의 분노와 생활환경의 질적인 개선에 대한 고려보다는 대외적인 중국의 이미지 개선 목적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입니다. 왜냐하면, 오래전부터 중국인들은 정부당국을 향하여 대기 오염에 대해 큰 불만을 표출해왔으나, 2011년 베이징 소재 미국 대사관이 중국의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공표하고, 이것이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하자 비로소 중국정부의 대응책이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자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시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아직도 많은 중국인들이 “경제성장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한 거주 환경을 바라는 국민들의 수도 분명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화이트칼라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 이상의 계층들은 이미 환경 오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장기적 효과에 대해 불안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고,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무척이나 염려합니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베이징에서는, 이미 고소득 계층과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더 건강한 주거 환경을 찾아 가족 전체가 오스트레일리아 및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자녀들만이라도 이민을 보내는 현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산층들 역시 여건만 맞는다면 중국을 떠나 다른 쾌적한 환경으로 이주할 의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오랫동안 시행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인해 구매력이 높아진 중국 중산층 가정들은, 이주까지는 아니지만,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 이미 자국 브랜드가 아닌 외국브랜드의 우유 및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더 높은 수준의 건강관리와 진료를 위해 필요하다면 해외 원정도 마다치 않습니다. 또한, 자녀를 위한 일이라면 부모가 무엇이든 할수 있다 생각하는 특유의 문화적 요인도 이러한 경향을 부채질 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대기 오염 대책이 실패로 끝나버린다면 침묵하고 있는 중산층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the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