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댓글의 심리학
지난 9월 24일, 미국의 과학잡지 파퓰러 사이언스는 자신들 웹사이트의 댓글 기능을 없앤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 댓글, 특히 익명의 사용자들이 남기는 댓글이 과학기사의 순수성을 침해하며, 특히 이들이 가진 공격성, 그리고 조롱의 문화가 진지한 논의를 방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팀장 수잔 라바르는 위스컨신 대학의 최신연구결과(뉴스페퍼민트 관련기사)를 인용했습니다.
“단 몇몇의 분탕질이 모든 독자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과연 인터넷 때문에 발생한 문제일까요? 대중들을 대상으로 선동가들이 선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천년 전 키케로 역시 안토니우스를 “대중의 창녀”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과거와 어떤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인터넷 댓글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익명성입니다. 지난 9월 발표된 퓨 리서치의 결과는 익명의 댓글을 달아본 적이 있는 인터넷 사용자가 25%에 달함을 말해줍니다. 어린 사용자들에게 이 비율은 더 높았습니다.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사용자 중 익명의 댓글을 달아 본 비율은 40%에 이르렀습니다. 익명 댓글은 “온라인 탈억제 효과(online disinhibition effect)”로 알려진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효과는 자신이 누구인지 숨길 수 있을 때, 평소 자신을 억제하던 사회적 규칙들을 무시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휴스턴 대학에서는 이 효과를 실제로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이민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 900개를 분석했고, 실명 사용자들의 댓글 중 29%가 수준 낮은 댓글이었던 반면 익명 사용자의 댓글에서 그 비율은 53%에 달했음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익명성은 장점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익명성은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창조적 사고와 문제해결을 돕습니다. 익명으로 유지되는 게시판들은 나름대로의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2012년의 한 연구는 익명 댓글의 영향력이 실명 댓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익명성의 장단점이 분분한 가운데, 인터넷 댓글이 사용자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조사한 연구도 있습니다. 위스컨신 대학은 댓글이 저속할수록 독자들의 의견도 더 양분된다는 것을 보였고, 이를 “내스티 효과(nasty effect)”라고 이름붙였습니다. 그러나 이 효과 역시 인터넷에서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편지나 문자, 전화와 같이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는 상황에서 표정이나 목소리와 같은 비언어적 신호들은 잘 전달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보다 비인간적이고 냉정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댓글을 금지하는 것은 다른 독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의 기회를 빼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공유된 현실(shared reality)”이라는 현상은 우리의 경험이 그 일을 누구와 함께 경험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 특히 나의 생각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매우 알고 싶어합니다. 뉴욕타임즈나 고커(Gawker.com)는 독자들이 댓글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는 댓글들의 수준을 놀라울 정도로 향상시켰습니다.
심리학자 마르코 이저와 브라이언 사우스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의사소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 역시 인간이 가진 기본적 성향의 지배를 받습니다.” 미디어는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의 댓글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보다 더 과도한 영향을 대중에게 끼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을 숨긴다 하더라도 이들의 본색은 결국 그들의 의견 속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는 그 때 그들에게 그 댓가를 치르게 할 수 있습니다. (Newyo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