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들, ‘아기를 낳지 않겠다’ 파업 선언
농협에서 일하는 아내 대신 ‘전업아빠’로 아이를 돌보고 있는 박찬희씨는 동네에서 굉장히 특이한 존재입니다. 평일 동네 놀이터에서 엄마들에 둘러싸여있는 시간이 군대보다 힘들었다고 고백하죠. 그의 부모님은 주위에 아들이 직업을 관두었다고 이야기하지도 않습니다. 현모양처의 가치가 중요한 한국에서는 아이를 기르는 것은 엄마의 중요한 도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는 엄마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아빠에 비해 5배 높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육의 부담감은 여성의 직업개발을 방해합니다. 한국의 여성은 20대에는 남성보다 더 활발하게 직장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30대에 떨어져 나갔다가, 40대에 다시 돌아오죠. 그러나 40대에 구하는 직업은 예전같이 화려한 오피스 생활이 아니라 자영업 등 수입이 훨씬 적은 직종입니다. 여성의 수입이 한세대 전 대비 훨씬 높은 지금, 여성의 수입은 포기하기 힘든 기회비용입니다. 그러나 전업주부 밑에서 자란 남성들은 아직도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전통적인 엄마상을 선호하죠.
한국의 근무시간은 OECD 평균보다 18% 높은 전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거기다 근무후에 한잔하는 문화로 비공식 근무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집에 들어올수가 없는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한국기업문화의 비합리적인 업무시간에 항의 하는 대신 한국 남성들은 양육의 의무를 아내에게 드리웁니다. 그리고 ‘수퍼맘’의 압박에 지친 여성들은 다른 대안을 택하죠 ㅡ 아이를 낳지 않고 파업을 하는 겁니다.
한국여성은 이제 서른살이 넘어서야 결혼합니다. 평생 독신으로 남을 확률도 2000년의 9%에서 현재 15%까지 올라갔죠. 출산률은 OECD에서 가장 낮은 1.3명으로, 희망 출산률인 1.8명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아이를 기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이를 낳지 않고 다음세대의 세금에 의존하는 여성은 연금을 더 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또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습니다.
정부는 출산/육아휴가 보장과 보육시설지원으로 이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육아휴가보상과 최대업무시간 제한 등의 정책은 사회적 관습에 부딪혀 빠르게 정착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상황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보육시설 지원은 여성들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육아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박찬희씨는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을 강조하는 최근 트렌드는 긍정적이나 강조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아빠와 함께 자란 아이는 사회적으로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국 언론들이 이야기한다는 겁니다. 아내의 짐을 덜고 양육의 부담을 나누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의 미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라는 접근은 한국의 경쟁적인 문화가 그대로 나타나는 대목입니다. 한국의 육아문제는 아이수는 너무 적고, 들이는 공은 너무 많다는 겁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