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낮은 목소리
사슴 수컷의 성대는 매우 길고 후두는 가슴뼈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들은 매우 낮은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낮은 목소리는 자신의 몸집이 크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수컷에게 유리했습니다.
우선, 사슴의 암컷은 더 낮은 소리를 가진, 곧 더 큰 수사슴을 선호했습니다. 또 수컷끼리의 경쟁에서도 낮은 목소리는 실제로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뿔을 이용한 싸움 없이도 우위를 점하게 함으로써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이 결과, 더 낮은 목소리는 번식에서 유리한 특징이 되었고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이들의 후두는 더 낮아질 수 없는 위치에까지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성대는 주로 언어를 이용한 의사전달을 위해 사용됩니다. 성대가 언어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여성의 목소리는 더 넓은 범위의 소리를 낼 수 있고, 남성이 낮은 목소리를 가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 역시 사슴과 같이 상대방의 목소리에서 더 많은 것을 알아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목소리에서 체격을 유추하며, 여성들은 낮은 목소리를 가진 남성을 매력적으로 평가합니다.
아베르덴 대학의 최근 실험결과는 여성들이 낮은 목소리를 더 선호하며, 낮은 목소리로 전달된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수사슴처럼, 남자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목소리가 상대방과의 우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피츠버그 대학에서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데이팅 게임을 이용해 남성 참가자들을 다른 남성 참가자들과 경쟁시켰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쟁상대와 대화를 나누었고, 상대방의 덩치를 예측하였습니다. 이들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이용해 상대방의 덩치를 예측했을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상대방이 자신보다 덩치가 작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의 목소리를 더 낮추었고, 자신보다 덩치가 크다고 생각했을 때는 목소리의 톤을 더 높였습니다. 즉 이들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숫사슴처럼 싸움을 피하는 방향으로 자기 목소리의 톤을 바꾸었습니다. 목소리의 톤을 올리는 행위는 곧 상대방에게 ‘날 괴롭히지 마세요, 당신이 승자입니다’라고 말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실험결과는 남성의 낮은 목소리가 숫사슴과 같이 성선택에 따른 진화의 결과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레넌, 짐 모리슨, 에디 베더와 같은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들을 좋아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 삶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생물학적 다양성일 것입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