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속 폭력에 대한 우리의 자세
지난 해 12월, 샌디훅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 20명을 포함한 28명의 사상자를 낸 총격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짐 캐리는 이 사건 한달 전에 자신이 촬영했던 “킥 애스 2” 영화의 과도한 폭력을 지지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에 대해 “킥 애스”의 원작자인 마크 밀러는 영화속 폭력이 현실에서의 폭력을 유도한다는 생각은 “해리포터”가 더 많은 마법사를 만든다는 생각만큼이나 어처구니 없다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마크 밀러의 생각에 더 동의하는 듯 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수천만 미국인이 영화와 텔레비젼에서 폭력물을 감상하지만, 이 중 살인자가 되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폅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은 이러한 논리가 옳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폭력물에 노출되는 것이 직접 폭력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나는 평생 담배를 펴 왔는데 폐암에 걸리지 않았어. 그러니 담배와 암은 무관해”라는 말이 비논리적인 것처럼 매체와 폭력의 관계에도 보다 통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1957년에서 1990년 사이 217건의 연구를 종합한 연구는 매체 속 폭력의 단기적영향을 보았고, 이들은 매체 속 폭력에 대한 노출이 단기적으로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거나(moderate) 클 수 있음(large)을 보였습니다. 또, 폭력적 성향과 폭력물을 시청하는 습관에도 연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매체 폭력의 장기적 영향을 연구한 다른 42건, 5,000여명에 대한 연구 역시 폭력물의 시청이 그 사람의 향후 공격성과 작지만 분명한 (significant small-to-moderate) 관계가 있다는 결론내렸습니다. 올해 소아학회(Pediatrics)지에 발표된 연구는 어린이 또는 청소년기의 과도한(매일 2시간 이상의) TV폭력물 시청은 청년기의 반사회적 행동과 ‘인과관계’가 있음을 보였습니다. 2005년 란셋지의 매체 폭력에 대한 종합연구 역시, 매체 속 폭력에의 노출이 – 특히 아이들에게 – 공격성, 폭력에의 둔감성, 피해자에 대한 공감의 결여 등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러한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매체 속 폭력적인 장면을 시민의 안녕을 위해 제재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개인의 폭력성에는 수많은 다른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매체 속 폭력이 사람을 폭력으로 이끄는 다른 강력한 요인들 (예를 들어 남성, 낮은 사회경제적 위치, 낮은 지능)에 비해 더 조절가능한 요인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또한, 폭력의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며 매체는 여기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역시 더 연구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이는 ‘공공의 안전’과 ‘표현의 자유’라는 매우 중요한 두 가치가 대결하는 문제입니다. 설사 매체 폭력이 곧 현실에서의 폭력을 낳는다는 매우 확실한 결론이 나온다 하더라도, 사회는 폭력물에 대해 규제하지 않을 것을 합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권리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같은 결정을 위해 우리가 기반해야 할 것은 우리의 본능과 감정이 아니라 분명한 증거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