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아들은 다 예쁘잖아요”
많은 유색인종인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인종을 주제로 어색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많습니다. 영어를 잘 한다는 칭찬이나, 아시아인 치고는 키가 정말 크다는 말, 미국 말고 “진짜 고향”은 어딘지를 묻는 질문을 부지기수로 들었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접하게 되는 인종 관련 코멘트의 지평이 새로운 차원으로 넓어졌습니다. 내 아이들이 혼혈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아일랜드, 레바논 혼혈이라니! UN 포스터 모델감이야!” 제 첫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 친구가 했던 말입니다. 딸들이 나와 별로 닮지 않았기 때문에 보모로 오해받은 적도 많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너무 백인같아서 놀라지 않았냐는 질문도 들었습니다. “얘는 무슨무슨 혼혈이예요?”라는 돌직구 질문도 있었죠. 한국인처럼 안 생겼다는 말을 칭찬처럼 하는 사람도 만났고, 구불거리는 갈색 머리, 하얀 피부, 쌍꺼풀처럼 전형적인 서양인의 특성이 아이의 “자산”이니 모델을 시켜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말들이 모두 단순히 편견이나 내면화된 인종주의의 발현이라고만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칭찬하려는 좋은 의도가 대부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받고, 피부색이 밝아지기만을 간절히 바라던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던지는 말들을 제 딸들도 평생 들으며 살게 될까요? 내가 한 때 그랬던 것 처럼, 내 딸들이 외모 때문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싶어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작은 딸은 아직 두 살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다섯 살 난 큰 딸은 이미 제 모습과 엄마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조목조목 이야기하곤 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저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죠. 하지만 아직 자의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자신의 외모가 왜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지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속한 다문화 가정이 다른 가정들과 다르다는 사실도 아직은 의식하지 못합니다. 저는 제 딸들이 자라면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랍니다. 미의 기준에 자신을 끼워맞추며 어른이 되어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대단히 주관적인 개념이며, 외모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세상이기를 바랍니다. (NYT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