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새의 진화적군비경쟁(Evolutionary Arms Race)
탁란이란 뻐꾸기와 같이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기생행위를 말합니다. 이 경우 진화적 군비경쟁(evolutionary arms race)은 주로 뻐꾸기와 다른 새들, 곧 종(species)들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자신의 알과 뻐꾸기의 알을 잘 구별하는 새들은 뻐꾸기의 알을 미리 파괴함으로써 진화적 이득을 가지게 되며, 이는 뻐꾸기에게 다른 새의 알과 구분되지 않는 알을 낳을 진화적 동기를 부여합니다. 아래 사진의 윗줄은 뻐꾸기의 알이며 아랫줄은 뻐꾸기가 속이려 하는 새들의 알입니다.
한편, 같은 탁란이라는 전략을 사용하는 아프리카 큰벌앞잡이(greater honeyguide)는 다른 이유로 자신의 알 형태를 적응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큰벌앞잡이의 탁란전략은 매우 특이합니다. 이들은 쇠벌잡이(little bee-eaters)의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 큰벌앞잡이의 새끼는 태어날때 날카로운 갈고리부리를 가지고 태어나며, 다른 알들보다 빨리 부화해 아직 눈을 뜨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는 쇠벌잡이의 새끼들을 모두 물어죽입니다. 지난 2011년 클레어 스파티스우드는 이 장면을 촬영한 바 있습니다.
쇠벌잡이는 자신의 둥지에있는 다른 새의 알을 미리 파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큰벌앞잡이는 자신의 알을 작은벌잡이새의 알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 진화적 동기를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큰벌앞잡이의 알은 쇠벌잡이의 알과 매우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클레어 스파티스우드는 이런 진화가 일어난 원인을 큰벌앞잡이 자신들간의 경쟁에서 찾았습니다.
지난 2011년의 조사에 의하면, 쇠벌잡이 둥지의 약 2/3에는 큰벌앞잡이의 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1/3에는 여러 큰벌앞잡이의 알들이 같이 있었습니다. 이는 곧 큰벌앞잡이들 사이에도 경쟁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연구진은 쇠벌잡이의 둥지에 전혀 다른 형태의 알인 비둘기나 딱다구리의 알을 넣은 후 둥지를 관찰했습니다. 이들은 이 둥지를 방문한 큰벌앞잡이가 다른 형태의 알들을 부리로 쪼아 파괴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곧 큰벌앞잡이는 원래 둥지의 주인인 쇠벌잡이의 알은 이들이 부화한 후 자신의 새끼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파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쇠벌잡이의 알을 미리 파괴할 경우 쇠벌잡이가 둥지를 버리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다른 큰벌앞잡이의 알은 미리 파괴하는 것이 자신의 새끼를 위하는 길입니다.
“그 결과, 큰벌앞잡이는 다른 큰벌앞잡이가 자신의 알을 미리 파괴하지 못하도록 쇠벌잡이의 알과 동일한 형태의 알을 낳게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진화적 군비경쟁은 기생종과 숙주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기생종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National Geograph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