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인종차별이 유독 심한 이유
2013년 8월 1일  |  By:   |  세계  |  8 Comments

– 아래 글은 작가 토비아스 존스(Tobias Jones)가 영국 일간지 Guardian에 기고한 글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이탈리아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장관이 된 키엥게(Cécile Kyenge)를 향해 한 청중이 바나나를 투척했습니다. 보수 정당인 북부연맹의 상원의원은 키엥게 장관을 보면 오랑우탄이 떠오른다고 공개 석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북부연맹의 한 지방의회의 여성 의원은 심지어 “(키엥게는) 강간을 당해도 싸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지난주 AC밀란의 축구선수 콘스탄트(Kevin Constant)는 친선 경기 중에 관중들이 흑인 선수들을 비하하는 뜻으로 내는 원숭이 울음소리를 듣다 못해 경기장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북부연맹은 현재 전국적으로 득표율 10% 안팎을 기록하는 정당입니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대개 키엥게 장관에게 지지를 표시하며 인종차별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분명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치인들의 언어에서 무심결에 묻어나오는 생각이나 이탈리아의 여느 축구장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갖은 욕설들을 떠올리면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은 남녀노소, 좌우를 가리지 않고 늘상 일어나는 일입니다. 도대체 왜 이탈리아에서는 인종차별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도 훨씬 심각한 걸까요?

우선 도시국가의 역사 또는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지역별 인구이동이 많지 않은 나라입니다. 지방의 어느 작은 마을을 가더라도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외지인,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능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 있습니다. 19세기 유럽의 제국주의 열강들끼리 벌인 식민지 경쟁에서 이탈리아는 한참 뒤쳐졌습니다. 그 결과 영국,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처럼 식민지 국가와 문화적인 교류, 인적 교류가 일어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훨씬 균일한 사회로 남았습니다. 여기에 경제위기로 인해 파시즘에 대한 향수, 무솔리니에 대한 미화가 이어지며 인종간에 우열을 가르는 위험한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탈리아 사람들은 사소한 법과 원칙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무시하면서도 남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음식을 먹는 데는 굉장히 신경을 씁니다. 괴짜나 특이한 사람들에 대한 포용력이 상상보다 훨씬 낮은 사회에서 다른 피부색깔, 다른 인종은 공격 받기 너무나 쉬운 목표가 되고 마는 겁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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