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냐 전문경영자냐
2013년 7월 29일  |  By:   |  IT, 경영  |  No Comment

두 억만장자, 창업자 마이클 델과 인수합병 전문가 칼 아이칸(Carl Icahn)의 델 인수전이 또다시 주주총회를 연기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마이클 델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매니지먼트는 인수 제안가격을 기존의 244억 달러에서 1억 5천만 달러 상향 조정하며 대신 승인 규정을 바꾸의 비의결권 주식의 투표는 인정하지 않도록 요구했습니다. 이번에 델이 상장폐지에 실패하면 델의 경영진은 대폭 교체될 것입니다. 창업자인 마이클 델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재의 델을 이끌 능력이 있는가가 인수가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반대파인 아이칸은 이미 후보를 물색해놓았다며 마이클 델만 떠나면 델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라 장담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여태까지 실리콘밸리의 통념은 창업자가 어느 시점에서 물러나고 나이지긋한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게 낫다는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테크 업계에도 역사가 생기면서 창업자가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케이스도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라클 (래리 엘리슨), 아마존(제프 베조스), 페이스북(마크 주커버그), 엔비디아(젠슨 황) 등이 그 대표적인 기업이죠. 그러나 애플의 팀 쿡,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처럼 후임자가 카리스마 넘치는 창업자의 성공을 답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올해만 해도 그루폰과 징가의 창업자들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CEO자리에서 떠났습니다. 구글의 에릭슈미츠는 젊은 창업자들을 대신해 10년을 경영했고, 링크드인은 야후에서 일하던 제프 와이너가 CEO자리를 받았으며, 페이스북도 쉐릴샌드버그 같은 ‘어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HBS 노암 와서만(Noam Wasserman)이 457개 테크회사를 연구해 발표한 “부자가 될 것이냐 왕이 될 것이냐”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영향력을 잃고 일찌감치 회사를 떠난 창업가가 남아 고생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삶을 누립니다. 그러나 벤쳐캐피탈에서 일하는 벤 호로비츠는 창업가 출신 CEO가 기업의 장기계획(long term plan)을 세우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훨씬 안정적이라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델의 경우는 어떨까요? 델은 창업자 마이클 델이 경영일선에 돌아온 2007년 이후 타블렛과 스마트폰의 역풍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마이클 델은 2008년 이후 기업용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시장에 꾸준히 투자해왔고, 창업자로서 컴퓨터 사업부를 과감히 정리하는 등의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와서만은 마이클 델을 부와 회사내영향력을 둘다 보유한 드문 리더로 분류합니다. 지금 당장 마이클 델을 쫓아내는 게 좋은 아이디어는 아닐겁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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