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들이 주고받는 선물에도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2013년 7월 17일  |  By:   |  IT, 세계  |  No Comment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했거나 미국을 방문한 각국 정상, 고위 외교관, 관리로부터 받은 선물들 가운데는 사실상 쓸모 없는, 선물을 위한 선물들이 많습니다. 중국풍 빨간색과 하얀색 꽃병, 독일 외교부장관이 선물한 바우하우스 양식의 체스 세트, 카타르 검찰총장으로부터 받은 “부패 척결”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장식용 칼은 백악관 어디에 놓기도 어색한 물건들입니다. 그렇다고 선물을 거절하는 건 호의를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일이기에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몇 가지 간단한 원칙만 지킨다면 정상들이 주고 받는 선물도 원래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겁니다.

첫째, 썩거나 상하는 음식류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겹도록 받은 파인애플, 달걀, 수십 킬로그램의 새우, 달팽이 껍질 등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도 20년 전 미국에서 다소 뜬금 없이 받았던 카우보이용 장화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겁니다.

둘째, 각 나라나 지역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해야 합니다. 중국 외교관이나 고위 관리에게 우리의 관계가 끝나가고 있다는 걸 알리는 시계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나 흔드는 손수건을 선물하는 건 큰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슬픔을 나타내는 흰색이나 죽을 사 자 때문에 싫어하는 4개 들이 세트를 선물하는 것도 안 하느니만 못한 일입니다.

셋째, 적대국 정상에게 주는 선물은 특히 신경써야 합니다. 별 생각 없이 건넨 선물이 체제 선전용으로 뜬금없이 활용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평양에 있는 금수산 기념궁전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받은 선물 25만여 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2000년 평양을 방문했던 매들린 울브라이트 장관은 농구공을 선물하면서 이 공이 이렇게 애지중지 전시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세계 경기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화려한 장신구나 부피가 큰 보여주기식 선물은 지양하는 관례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선물을 재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2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메르켈 독일 총리로부터 선물 받은 골프채 세트. 본인이 쓰지 않는다면 뵈이너 하원의장에게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무역이나 교류를 증진시키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품권 형식의 실용적인 선물을 주거나, 받는 쪽에서 쓸 일이 없는 선물을 줬을 경우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합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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