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교육혁명, 군사 독재의 흔적을 씻을 수 있을까
2013년 5월 30일  |  By:   |  IT, 세계  |  No Comment

태국은 여유와 화려함이 넘치는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학교의 모습은 좀 다릅니다. 짧게 자른 머리에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나란히 줄지어선 채 다같이 국가를 합창하고, 조국을 위해 희생하며 왕실을 사랑하겠다는 내용의 맹세를 하는 것이 흔한 교정의 모습입니다. 최근 태국에서는 군사 독재의 흔적이 선명한 교육 체제에 반기를 드는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말 ‘프랭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고교생 네티윗 촛팟파이산(Nethiwit Chotpatpaisan)이 “똑같은 인간을 찍어내는” 기계적인 교육 제도를 비난하며 페이스북 캠페인을 펼친 끝에 태국교육혁명동맹(Thailand Educational Revolution Alliance)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는 황금시간대 TV 방송에 출연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이유는 미국 유학파 출신의 현 교육부 장관 퐁텝 텝칸자나(Phongthep Thepkanjana)가 비슷한 방향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관은 복장 규정을 완화하고, 암기보다는 비판적인 사고를 독려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시대에 아프리카에 있는 강들의 길이를 외우는 식의 교육은 의미가 없으며, 교실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학생이 앞으로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이 장관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뉴욕타임즈가 인터뷰한 한 학교의 교감은 마약, 10대 임신, 조직폭력 등 사회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엄격한 훈육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이 내려오더라도 현장에서는 적절한 것을 골라 시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의 생각은 또 다릅니다. 태국교육혁명동맹의 회원 중에는 교육부의 홈페이지를 해킹하고 자수해, 교육부 사이버 보안 담당 직원으로 채용된 학생도 있습니다. 한 여학생은 자신의 목표가 태국 교육 제도의 변화 뿐 아니라, 여학생들이 모험심을 갖고 학교 밖 세상을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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