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 두루마리 휴지가 부족한 이유는?
우유, 버터, 커피, 옥수수가루 등 식량에 이어 이번엔 두루마리 휴지입니다. 베네수엘라에 최근 잇따라 생필품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슈퍼마켓마다 휴지가 동이 났습니다. 휴지가 들어오는 순간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휴지를 사가면 이내 재고는 바닥을 드러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빈곤층을 위해 주요 생필품 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낮게 억제했기 때문에 수요가 공급을 웃돌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며 나라 살림살이를 꾸려가려던 실험은 이미 소련이 했다가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거죠. 게다가 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10년 전 기간산업과 넓은 토지를 국유화하면서 환율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라의 외환보유고가 부족해지자 물품 대금을 치르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자재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경제영역 전반의 자금 흐름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과 정부의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야권과 반정부세력들이 새 정부 흔들기의 일환으로 언론에 광고까지 해가며 사재기를 부채질하고 수요를 억지로 올렸다는 겁니다. 정부는 두루마리 휴지 5천 만 개와 식량 76만 톤을 급히 수입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반정부 재력가들의 훼방에 굴하지 않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시작한 ‘볼리바르 혁명’을 완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긴급 수입은 생필품 품귀현상에 지친 국민들을 일시적으로 달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지난 선거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야권이 세를 불려 정치적인 불안이 가중될 수도 있습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