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이공계로 이끄는 정책들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미국은 지난해 학생들의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영역의 학습수준을 높이기 위해 3조원의 예산을 209개 프로그램에 들였습니다. 지난 4월 10일 미연방회계감사원(GAO)은 이들 프로그램 상당수가 중복된다는 사실을 지적했으나,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예산 역시 증액시키기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과학과 공학에, 그리고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나는 두 질문에 대에 강하게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프로그램 하나하나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공공정책의 측면에서 이것은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인력시장에 과학과 공학인력의 공급을 늘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들 분야를 망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왜 학생들을 변호사나 회계사로 유도하는 정책이 없는지 생각해봅시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백합니다. 학생들은 이들 직업이 유망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결과 이미 이 분야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이공계에 주어진 수십년간의 지원정책은 대학에 이들 이공계관련 정원을 늘이는 효과만을 낳았습니다.
시장의 작동방식은 간단합니다. STEM 정책이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을 과학과 공학분야로 유인할수록 이 분야의 구직자는 넘치게 되고 이들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사실 이것이 STEM 정책을 지지하는 산업계가 가장 원하는 결과입니다.
이런 일그러진 현실을 보는 것은 항상 나를 가슴아프게 합니다. 특히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기술에 대한 지식과 열정으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산업계가 진정 이들의 열정을 활용하고 싶다면, 그들은 자신의 돈으로 직접 이 젊은이들을 훈련시키고 적절하게 보상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산업계는 공공교육과 대학교육이 실패하고 있다는 이야기만을 반복합니다.
정부는 노동시장을 조절할 수 없으며 시장에 개입하고자 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조언의 수준에서 그쳐야 합니다. “네가 면역학이나 지질학을 좋아한다면, 그것을 해보렴, 만약 음악을 하거나 투자은행에 가고 싶다면, 그것도 좋겠구나.” (N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