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과 정체의 기로에 선 인도
지난 30여 년간 중국의 젊은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몰려들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인도의 노동가능 인구는 1,200만 명입니다. 중국의 노동가능 인구가 지난해 3백만 명 줄어든 걸 감안하면 ‘젊은’ 인도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은 게 사실입니다.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면서 향후 8,500만 개의 일자리가 중국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인도는 단연 가장 크고 매력적인 대안이죠. 하지만 젊은 인구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요?
2000년대 중반부터 10% 가까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인도는 2010년부터 삐걱이고 있습니다. 높았던 저축률도 줄어들었고, 대신 인플레이션을 피해 금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에 대한 투자가 과열될 조짐도 보입니다. 정치권과 관료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청산하고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에너지 생산부문의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등 산적한 과제가 많지만, 가장 근본적이고도 시급한 과제는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하고 유치하는 겁니다.
지난 몇 년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제조업 분야는 건설업보다도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일자리보다 공장 기계화에 더 심혈을 기울인 탓에 건전한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튼튼한 중소기업들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러려면 낡아서 사실상 사문화된 노동법을 손질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주정부의 허가 없이는 어떤 이유에서든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법률 탓에 하청업체를 통한 제3자 대리고용이 일반화됐고, 기업에게 노동자는 교육을 시키고 상생해야 하는 동반자가 아닌 최대한 뽑아내면 그만인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상하는 IT 영재들도 많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젊은이들이 기초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생산성이 턱없이 떨어지는 상태입니다. 인도 정치권이 오래 가는 기업에 바탕을 둔 경제체제의 토양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다면, 21세기는 인도의 세기가 될 거란 기대는 한낱 기대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