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주의자들은 어떻게 세상에 기여하는가
2012년에 출간된 타일러 해밀턴의 책 “비밀의 경주(The Secret Race)”는 사이클선수들의 약물사용이 어떻게 “침묵의 규약(Omerta Rule)”에 의해 유지되어 왔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침묵의 규약이란 곧 선수들로 하여금 다른 모든 선수들도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현상, 즉 다수의 의견을 실제와 다르게 생각함으로써 자신이 소수에 속한다고 믿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라고 부릅니다. 대학에서의 폭음과 난잡한 생활, 중세의 마녀사냥과 20세기 초반의 치명적 이데올로기들은 이런 현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1988년의 연구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자신보다 자신의 친구들이 음주문화를 더 즐긴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2003년의 연구는 대학생 남녀 모두 자신보다 자신의 친구들이 난잡한 생활을 더 즐긴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다원적 무지에 처벌이라는 요소가 더해졌을 때 우리는 정치적 억압과 학살이 등장하는 것을 보게됩니다. 유럽에서 벌어졌던 마녀사냥에서는 의심을 받는다는 사실이 곧 그 사람이 의심스러운 이유가 되었고, 이 현상은 20세기 소련에서 다시 재현되었습니다.
솔제니친은 스탈린이 한 파티장에서 11분동안 기립박수를 받은 일화를 소개합니다. 이 박수는 한 공장장이 의자에 앉으면서 멈추었지만, 그 공장장은 그날 밤 체포되어 강제수용소에서 10년을 보내야 했습니다.
다행히 이런 침묵의 규약을 깨는 방법은 존재합니다. 그것은 지식(knowledge)과 소통(communication)입니다. 타일러의 고백은 다른 선수들의 고백을 불러왔고 사이클계는 보다 깨끗해졌습니다. 대학의 음주문화에 대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신입생들에게 “다원적 무지” 개념을 설명하고 이를 친구들과 토론하게 하는 것 만으로 신입생의 알콜 소비량을 줄일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최근의 한 연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회의론자들이 적당한 비율로 존재하고 충분한 소통이 가능할 때 다수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가 움직이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이것이 전체주의국가와 근본주의 종교국가들이 집회, 결사, 출판을 막고 무역과 여행을 제한하는 이유이며 그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알리고 국경을 개방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지식과 소통, 특히 과학과 기술로 부터 만들어진 지식과 소통은 지상의 인류가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최선의 희망입니다. (Scientific Ameri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