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CEO다
가톨릭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다국적 기업입니다. 12억 소비자(신자), 1백만 종업원(사제), 글로벌 유통망(성당), 모두가 아는 기업 로고(십자가), 강력한 대정부 로비 능력과 신흥 개발도상국 진출전략까지 성공적인 기업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종교의 수장인 교황은 CEO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곧 선출될 새 CEO를 위해 몇 가지 경영 조언을 하려 합니다. 먼저 CEO는 섹스 스캔들로 얼룩진 직원(사제)들을 보호하는 대신 과감히 정리해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고 후 사후처리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 홍보함으로서 교단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평판을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세기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고위 간부 모임을 연례화시키고 지속가능한 미래 전략을 짜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가능할까요? 카톨릭교의 핵심사업은 신도들을 영적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기업이 관련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교회도 학교, 병원 등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칩니다. 사내 은행이나 ATM 사업, 부동산 관리업도 핵심 역량을 잘 활용한 수익사업이 될 것입니다.
신흥시장(Emerging Market)도 좀더 적극적으로 공략해볼만 합니다. 1910년 이후 카톨릭 신자 비율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1% -> 16%,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5% -> 12%로 증가했습니다. 본산지인 유럽은 정작 65% -> 24%로 감소했는데, 교황청은 140명의 추기경 중 75명을 로마에 거주시킬 정도로 유럽 시장에만 집중합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중남미 시장도 1910년의 90% 시장점유율이 오순절운동(Pentecostalism)에 자리를 빼앗기며 72%까지 줄었습니다. 교황의 여름 거주지를 남미로, 교황청의 핵심 부서를 세계 각지로 분산시키거나, 축구장에서 ‘해방 예배'(liberation masses)를 드리는 등 신규소비자에 맞춘 혁신을 고려해볼 때 입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