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퇴출을 애도하는 레슬링 왕국 이란
올림픽에서 레슬링이 퇴출될 위기에 놓이자 이란 레슬링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2020년 대회부터 레슬링을 정식 종목에서 제외한다는 올림픽위원회의 결정이 나온 이후, 미국, 터키, 러시아 등 여러 레슬링 강국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이란이 받은 충격은 남다릅니다. 레슬링이 수 천 년 동안 이란의 문화적 내러티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의 전설적인 왕이나 성인들 가운데도 레슬러가 있습니다. 팔레비 왕조에 맞서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레슬러 골람레자 탁티(Gholamreza Takhti)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이란은 금메달 3개를 포함해, 종목에 걸린 메달 절반을 휩쓸었습니다. 이란 사회에서 훌륭한 레슬러는 명예롭고 존경받는 남성으로 인식됩니다. 현재 이란의 레슬링 인구는 약 3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올림픽위원회는 레슬링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종목이 아니며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지 못한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지만, 이란인들은 룰 변경과 신채점제를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종목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에서 레슬링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각 국의 레슬링 관계자들을 초청해 대책 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가장 역사가 깊은 종목 중 하나인 레슬링을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제외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이란 레슬링계의 입장입니다.
한편, 이란에서 레슬링이 인기 종목임에도 여성들은 경기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차별이 종목의 홍보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이 없지는 않지만, 여전히 남성중심적이고 종교적인 이란에서 변화의 가능성은 요원해보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