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용 낮춰야”, 美 법률시장 개혁안
미국에서 변호사들의 힘은 막강합니다. 금융위기가 오기 전 10년 동안 법률 서비스 비용은 물가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비율로 치솟았습니다. 2006년 조사결과 미국의 1인당 변호사 숫자는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그리스 다음으로 높았고, 소송비용은 미국만큼 상황이 안 좋은 이탈리아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보다 평균 두 배 이상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로스쿨을 갓 졸업한 새내기 변호사들이 이미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엄청난 빚입니다. 대학교 학부 4년 과정을 마친 뒤 추가로 3년 동안 미국 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의 인가를 받은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나면 평균 10만 달러(1억 1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됩니다. 공익이나 의뢰인에 대한 서비스보다도 돈을 먼저 신경쓸 수밖에 없습니다. 캐나다나 영국 등 미국과 같이 관습법(common law)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처럼 학부생들에게도 법학을 가르쳐 로스쿨 교육과정을 줄이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로스쿨 2학년 학생들이 원하면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막강한 이익단체인 미국 변호사협회가 세워놓은 갖가지 진입 장벽들도 개혁 대상입니다. 변호사가 아니면 로펌 지분을 소유할 수도 없고, 유언장이나 임대계약서 등 간단한 서류작업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공하는 온라인 사이트는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을 빼앗아간다는 이유로 변호사협회로부터 위협을 받습니다. 변호사들의 이익에는 부합했을지 몰라도, 시민들의 부담을 급격하게 늘린 탓에 법률시장 자체가 원성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미국 변호사협회는 알아야 합니다. 로펌의 공개 상장이 가능한 호주나 사모펀드의 로펌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 영국 등 법률시장 자유화의 사례들을 참고해야 합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