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스타트업보다 잘할 수 있는 것들
얼마전 아시아의 대기업에서 나온 신규사업 담당자와 미팅하면서 본사가 지원해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예산 지원외엔 완전히 자유로워요.” 짐짓 자랑스러워하는 대답이 제게는 문제있게 들렸습니다. 예일 경영대의 딕 포스터 (Dick Foster) 교수에 따르면 한 기업이 시장보다 빨리 혁신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 인재 : 스타트업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뽑는 반면, 자회사는 흔히 모회사 인력을 기용하는데 그들이 적임자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 펀딩: 스타트업은 한정된 펀딩내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지원이 떨어지기 전에 성공가능성을 보여주려 사방을 헤맵니다. 그에 비해 자회사는 대기업의 연간예산계획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큰 변동이 없는 한 사전 계획에 따라 일을 진행시킵니다. 이 사전 계획이란 보통 틀린 전략이기에 조정하지 않는 건 문제가 되고, 너무 많은 예산 지원은 독이 됩니다.
- 경영구조: 스타트업은 창업자, 투자자, 자문진으로 구성된 이사진이 수시로 전화하고 마팅하며 빠르게 결정을 내립니다. 모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자회사는 분기별 보고 외에는 경영진을 만나기도 어렵고 빠른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은 절대 시장보다 빨리 혁신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대기업은 기술 개발, 유통망 관리, 규제기관 관리, 대규모 관리운영 등에서 유리합니다. 대기업만이 가진 이런 고유한 강점은 “적당히 괜찮은 수준의” 신규조직 운영만으로도 강력한 성장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관련글 링크) ‘탄력적이 되는 두가지 방법'(Two Routes to Resilience, 링크)이란 논문은 핵심역량을 기존조직관행에 구애받지 않고 어떻게 신규성장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 방안을 제시합니다.
기업이 정말 원하는 게 제대로 된 기업가정신이라면, 핵심역량도 없고 완전한 자유도 없는 신규회사를 만드느니 스타트업에 투자하는게 낫습니다. 기업이 원하는게 주목할 만한 실적이라면, 대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기업가 정신의 차이, 핵심역량을 활용하는 것과 거기에 얽매이는 것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합니다. (Harvard Business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