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신장의 먼 길, 인도 여성들 거리로 나서다
2주 전 인도 뉴델리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해 크게 다쳤던 23세 여성이 치료 도중 결국 숨을 거두면서, 인도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최근 산모 사망률과 문맹률이 낮아지고 교육 수준은 높아지는 등 여권 신장 면에서 큰 발전이 있었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여전히 일상 속에서 폭력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정부와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펀잡주에서는 경찰이 성폭력 피해 여성에게 가해자와 결혼할 것을 제안하여 피해 여성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2012년 뉴델리에서 보고된 600여 건의 성폭력 범죄 중 기소된 건은 단 한 건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심리학자와 범죄 전문가들은 뿌리 깊은 여성 혐오와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에 대한 반발, 남아선호로 인한 인도의 인구통계적 특성을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꼽고 있습니다. 선정성이 배제되는 발리우드 영화에서도 성희롱은 “eve-teasing”이라는 말로 미화되어, 젠틀하고 무해한 행위로 묘사됩니다. 거리로 나선 여성들과 시민단체는 성범죄 기소 절차 간소화와 경찰 교육 강화, 여경 인력 충원 등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여성들은 인도 사회 전체의 성장과 번영 속에서도 소외된 존재로 남게 될 것이며, 다음 세대에게 이런 사회를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한편, 가두 시위에 “참여”한 일부 남성들에 의한 성희롱이 보고되었음에도 익명의 경찰 고위 간부가 이를 “eve-teasing”으로 일축한 사실이 알려져 좌절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