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의 월권 어디까지?
지난해 겨울 국제원자력기구의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자신의 고국 이집트에 있어서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새로 선출할 대통령의 권한을 미리 헌법에 명시해두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헌법의 등장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 사이 무슬림형제단의 무하마드 모르시가 새로운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우려대로 모르시 대통령은 행정부 전반에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입법부에는 헌법 초안을 빨리 작성하라고 지나치게 보채는 등 월권을 행사해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행정부 감시 권한을 위협 받게 된 법원 판사들과 헌법 제정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무슬림 대통령에 반대하는 기독교,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리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급조된 헌법 초안은 1971년 무바라크 독재의 시작을 알린 긴급조치형 헌법에서 적잖은 부분을 그대로 따오는 등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시민들이 군대에 대한 궁극적인 통제권한을 갖는 제도”인데 새로운 헌법 초안은 현역 장성만이 국방부 장관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해 시민의 견제로부터 군대를 자유롭게 만들었습니다. 모르시가 민주적인 투표 절차를 통해 당선되었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을 이끌어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건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사실이 무슬림형제단에게 모든 세력과 법 위에 군림할 권리를 준 건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력의 의견을 모아 헌법부터 공정하게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