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살츠 특집 2] “세상의 구원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이 아니다
2018년 12월 11일  |  By:   |  문화  |  No Comment

(올해 퓰리처 상 비평부문을 수상한 제리 살츠의 비평문 몇 개를 소개합니다.)

Update: 이 작품은 결국 4억 달러 이상에 팔렸다.

Salvator Mundi

크리스티 경매장이 “21세기 가장 위대하고 예상할 수 없었던 예술적 재발견”이라고 홍보한, 며칠 내로 경매에 올려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새로운 작품을 구경하기 위해 전시장 앞에서 추위에 떨며 서 있을때, 한 미술 전문가가 나를 보고 물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이 왜 근현대미술 경매에 올려져 있는지 알아요?” 내가 왜인지를 묻자 그는 바로 이렇게 답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90%는 지난 50년 사이에 다시 그려졌기 때문이죠.” 그의 말은 사실이다. 이 작품은 다빈치의 숨겨진 역작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엑스레이 기술이 이 작품이 가진 흠집과 빈 곳, 칠이 사라진 부분을 알려주며, 휘어진 틀과 사라진 수염, 그리고 명백히 후대에 덧칠된 부분들까지 보여준다.

이 작품의 이름은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로, 이는 세계의 구원자라는 뜻이다. 검은 배경을 바탕으로 푸른 옷을 입고, 오른손은 축복 표시를 하고 왼손은 투명구를 들고 있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한 남자의 초상화이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48세로 이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이던 1500년 경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일 밤, 이 작품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수많은 탄성을 받으며 경매에 올려질 것이다. 시작가는 1억달러다. 물론 2007년 데미안 허스트가 실제 해골에 다이아몬드와 백금을 박아 만든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가 1억달러에 경매된 것에 비하면 이번 가격을 당신은 싸게 느낄지 모른다. 그리고 이 사실은 왜 크리스티의 한 직원이 끊임없이 수집가들에게 누군가 “2억달러”를 외칠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런 정신나간 세상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크리스티는 이 작품을 설명하는 162페이지의 고급 종이로 이루어진 책자에 도스토예프스키, 프로이트, 레오나르도를 인용했으며 “새로운 걸작”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사람들을 담은 진부한 비디오를 사이트에 올렸다. 크리스티의 세 임원이 홍콩의 고객에게 이 작품을 설명하며 “경매 사업의 성배, 남자 모나리자, 다빈치의 마지막 작품, 우리의 아기, 블록버스터 느낌이 나는, 새로운 행성의 발견에 필적할만한, 석유화학 발전소보다 더 가치있는” 작품이라 말하는 비디오를 놓쳐서는 안된다.

나는 미술역사가도 아니며,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거의 50년 동안 미술작품들을 보아온 내 경험은 이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살아있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 작품은 생기가 없고, 가식적이며, 지나치게 요란스럽고, 덧칠과 다시 그려진 부분이 너무 많아 오래된 작품이면서 동시에 새 작품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크리스티는 이 작품을 “신비한”, “정기를 느낄 수 있는(aura)”, “인터넷에서 급속히 퍼질 수 있는”과 같은 모호한 말로 묘사한다. 2차원 평면의 예수라는 이름으로 포스터를 만들어 판다면 아마 적당히는 팔릴 것이다.

내가 이 작품을 가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다빈치의 그림이 15개에서 20개 정도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중 어떤 작품에도 다빈치는 이렇게 정면을 반듯이 향하고 있는 사람을 그리지 않았다. 예수 한 사람만을 그린 작품도 없다. 다빈치는 모든 작품에서 훨씬 더 복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을 그렸다. 같은 1500년에 그려진 “세례 요한”은 상체를 비틀고 있으며 다소 야해 보이는 표정을 취한 젊은 남자를 그리고 있다. “세례 요한”의 머리카락은 크리스티가 이번 작품의 놀라운 점이라 말하는 곱슬머리보다 훨씬 더 발전한 형태로 그려져 있다. 레오나르도는 동적이고, 서로 몸을 교차시키는, 곡선적이면서 몸을 뒤트는 자세를 그림으로 묘사한 최초의 화가이며 늘 그런 자세를 그렸다. 바사리는 라파엘이 이런 다빈치 화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기록했다. 르네상스의 거장들은 그림 속 인물이 배경과 상호작용하게 만들었고, 관객이 기존의 정면 초상화와는 다른 느낌을 받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다빈치는 절대로 작품 속 인물이 이번 작품처럼 마치 비잔틴 시대의 그림과 같이 평면적이며 좌우 대칭으로 그려져 한 번에 이해되게 만들지 않았다. 그 어떤 르네상스 대가들도 이런 비잔틴 풍의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가능한한 이런 그림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크리스티는 이번 작품을 홍보하며 “황금비”를 크게 강조했다. 황금비는 2,500년 전 만들어져 그리스 미술에 다양하게 사용된 기법으로 르네상스 작품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황금비란 사실 사각형이나 구도가 특정한 비율을 가지는 것이다. 크리스티는 이 작품에 수많은 황금비가 적용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며 계속 자신의 스타일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시대에 그 어떤 거장도 이렇게 명백하게 그 규칙을 준수하며 그릴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이 “세상의 구원자”에 나타난 황금비율에 감동하는 사람들은 사실 어떤 그림이든 그런 황금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모든 순간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했던 레오나르도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이가 없어 웃었을 것이다.

1500년은 미켈란젤로가 그의 역작인 피에타를 로마에서 완성하고 피렌체에서 다비드 상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보티첼리도 피렌체에 있었다. 당시 “새로운 다빈치”라 불리던 젊은 미켈란젤로를 만난 다빈치가 갑자기 자신의 화풍을 버리고 훨씬 더 시대에 뒤떨어진 그림을 그렸으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이들은 마치 오늘날처럼 당시에도 서로 경쟁자였다. 베키오 궁전에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다비드상이 놓여져도 될지를 결정하는 위원회에서 다빈치는 반대표를 던졌다 .이 시점에서 다빈치는 수많은 마돈나 그림과, 1485년의 “악사의 초상”, 1483년과 1499년 그렸던 “암굴의 성모” 등 “세상의 구원자”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을 그린 상태였다. 1498년 완성한, 복잡한 구도와, 수많은 다양한 자세, 사람들의 의식을 확장시켜주는 “최후의 만찬”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피렌체에 도착한 다빈치가 후기 비잔틴 스타일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것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크리스티는 이를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다빈치는 전혀 반대로 행동했으며, 우리가 알다시피 1502년 “모나리자”를 완성한다. 누가 머리를 짜내도 “세상의 구원자”를 이런 다빈치의 행적과 일치시킬 수는 없다. 크리스티의 의도를 최대한 선의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아마 이 작품은 그보다 훨씬 전에 그려졌고, 다빈치는 머리카락 일부와 손을 그렸을 수 있다. 설사 그 경우에도 아마 당시 존재하던 다수의 화실 조수들이 그렸을 복잡한 패턴과 투명한 유리 부분은 감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죽어 있다. 이 그림은 그 전에 그려진, 예수의 축복을 받는 성자들에 대한 여러 그림처럼 기이하게 오래된 느낌을 주며, 그래서 다빈치의 뛰어난 솜씨가 이 그림에 들어있다고 더욱 믿기 어렵다.

이런 종류의 상술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무책임한 이들이 그저 탐욕에 젖어 모든 것이 모호한 상황임에도 대중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거장을 “이해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크리스티 경매장의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의 가치를 아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이 작품을 경매에 올리는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 이 작품이 진짜 다빈치의 작품이라면, 그 가치는 수집가들에 의해 충분히 결정될 수 있다. 미술 작품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장소가 경매장이라는 주장은 크리스티 경매장이 얼마나 막나가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그러나 동시에, 몇몇 전문가들은 거장의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대다수는 의심하고 있는 그런 작품을 경매에 올린 상황에서도 어떠한 비난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 전문가들은 자신의 손에 굳이 피를 묻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아마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음, 학계는 20년이면 바뀔거고 이 문제가 언젠가는 바로 잡히겠지.” 모두가 자기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하는 요즘 세상에서 이 고미술품 전문가들이 아무런 말 없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 놀랍지는 않다. 크리스티 경매장 내부의 누군가가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리도 없다. 나는 그곳에서 일하는 여러 친구들이 있고, 그들이 모두 열정적이고 미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 중 누군가가 이번 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어떤 한 마디를 꺼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리를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곧, 모두가 “이미 기차는 떠났고, 어쨌든 상황은 바뀌지 않을꺼야”와 같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은 오직 끝이 좋을때만 통하는 말이다. 즉, 나는 이 일이 크리스티 경매장에게도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미술관도 이런 애매한 작품을 그런 엄청난 가격에 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그림을 어떤 가격에 구매하더라도 그 미술관이나 수집가가 이 작품을 가장 좋은 위치에 전시하고 “다빈치 최후의 작품”이라 홍보할 경우 엄청난 돈을 벌게될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 그림을 구입할 개인 수집가가 자신의 아파트나 창고에 이 그림을 걸어놓는다면, 이는 나름대로 공정한 결말일 것이다. (물론 1억달러 – 아니면 20억 달러 – 로 할 수 있는 훨씬 더 의미있는 일이 계속 떠오르겠지만.) 마지막으로 크리스티 경매장은 미술을 모욕한 댓가로 미술계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앤디 워홀이 1963년 모나리자가 뉴욕으로 오게 되었을때 했던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왜 루브르는 모나리자를 복사해서 그 복사본을 보내지 않았을까, 어차피 아무도 그걸 눈치 못챘을텐데.”

(벌처, Jerry Sal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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