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걸리면 왜 아플까?
2018년 2월 27일  |  By:   |  건강  |  4 Comments

미국에서 독감 바이러스에 걸리는 사람은 매년 5~20%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보통 20만 명 정도는 입원해 치료를 받고, 많게는 5만 명이 목숨을 잃습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면역 체계가 약해지기 마련이므로, 65세 이상 노인들이 특히 독감에 취약합니다. 게다가 노인들은 독감이 낫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독감 때문에 생긴 문제로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원 치료를 받으면 그런 일이 더 잦습니다.

열이 나고 기침을 하고 목이 붓고 아프며, 두통에 온몸은 쑤시고 아무런 힘도 나지 않는 등 독감에 따르는 여러 증상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독감에 걸리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픈 걸까요? 독감과 싸우는 동안 우리 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저는 코네티컷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면역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감기와 독감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 몸은 감기 바이러스를 어떻게 물리치는지 분석하는 것이 우리 연구실에서 주로 하는 일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독감에 걸렸을 때 우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증상 가운데 상당수가 실은 감기 바이러스를 공격해 우리 몸을 지키려는 방어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탓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독감이 우리 몸에 일으키는 변화

먼저 독감 바이러스는 코와 목, 폐로 이어지는 이른바 우리의 호흡기를 감염시킵니다. 호흡하는 동안 공기 중에 떠다니던 바이러스를 함께 들이마시거나 다른 어딘가에서 바이러스가 옮아왔을 수도 있습니다.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입이나 코, 눈의 점막을 통해 옮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타고 내려가 폐로 가는 기도의 막을 형성하는 상피 세포에 들러붙습니다. 세포 표면의 특정 분자를 통해 세포 안으로 파고든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교란해 스스로 증식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생산해 더 많은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어냅니다. 그 수를 충분히 불린 바이러스 입자들은 세포 밖으로 나와 주변에 있는 세포로 퍼집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폐 자체도 경미한 상처를 입기는 하지만, 우리가 독감에 걸렸을 때 아프다고 하는 증상의 원인은 대개 바이러스를 퇴치하려는 면역 체계의 반응 때문입니다. 우선 침입한 세균 등을 직접 잡아먹어 소화하는 대식세포나 중화 작용을 해 균형을 맞춰주는 호중구 같은 선천적인 면역 체계가 먼저 면역 반응을 일으킵니다. 몸속 수용기를 통해 바이러스의 침투 사실을 알리는 것도 이 세포들입니다. 세포들이 시토킨이나 케모카인처럼 작은 호르몬 같은 분자를 만들어냄으로써 경보를 울리고, 우리 몸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시토킨은 면역 체계의 다른 성분과 힘을 합쳐 우리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싸웁니다. 케모카인은 해당 성분을 몸 안에서도 감염된 부위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와 싸우는 백혈구의 일종인 T 림프구는 감염이 확인되는 즉시 전투태세에 돌입합니다. “군인 세포”라고도 불리는 T 림프구는 감기 바이러스 단백질이 침투했다고 알려지는 즉시 폐와 목구멍 주변의 림프샘에 집중적으로 배치됩니다. 림프구가 잔뜩 들어차 있으니 바이러스의 침투와 확산은 막을 수 있지만, 대신 목이 붓고 아픈 겁니다.

며칠이 지나고 나면 T 림프구는 폐로 이동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소탕합니다. 이때 기관지염에 걸렸을 때처럼 폐가 상하는 걸 피할 수 없고, 기존에 폐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가 더 악화되고 숨을 쉬기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의 결과 폐 안에 점액질이 쌓이다 보면 기도를 막고 있는 물질을 치우려는 반응으로 자꾸 기침을 하게 됩니다.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T 림프구가 감염된 세포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입은 폐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상처가 회복되지 않고 계속 악화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큰 병이 되기도 합니다.

폐까지 들어온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T 세포가 제 기능을 다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면역 억제약을 복용하고 있어 T 세포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면 바이러스를 소탕하는 일이 계속 늦춰지고, 그에 따라 더 오랜 기간 폐가 감염되면 당연히 입는 상처도 더 크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폐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세균성 폐렴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커지며 세균성 폐렴은 치사율이 높습니다.

 

지끈지끈 두통은 왜 생길까?

폐와 호흡기에 침투한 감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며 피곤하고 온몸이 쑤시는 것을 비롯해 독감의 주요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감기 바이러스의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폐의 면역 세포들이 만들어낸 시토킨과 케모카인은 온몸으로 퍼집니다. 즉, 이 면역 물질이 피를 타고 온몸을 돌며 바이러스와 싸우는데, 그 과정에서 대단히 복잡한 생물학적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여러 통증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면역 효과가 강력한 시토킨의 일종인 인터류킨1 같은 물질이 생겨나 활성화됩니다. 인터류킨1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T 림프구를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체온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에도 동시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 결과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열이 나고 두통이 오는 겁니다.

종양괴사 인자 알파라고 불리는 물질도 감기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아주 중요한 시토킨의 하나입니다. 이 시토킨은 폐에서 직접 바이러스를 퇴치하기도 합니다. 그 자체로는 물론 무척 좋은 일이지만, 열이 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원인도 이 물질 때문입니다. 독감에 걸리거나 다른 병에 감염됐을 때 우리가 쉽게 피로하거나 몸에 힘이 쭉 빠진 것처럼 느끼는 것도 종양괴사 인자 알파 때문입니다.

 

몸살은 왜 올까?

우리 연구진은 감기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미치는 또 다른 영향을 찾아냈습니다.

독감에 걸렸을 때 근육통이 오거나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건 잘 알려진 증상입니다. 우리 실험실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해봤더니, 독감에 걸리면 다리 골격근에서 근육을 분해하는 유전자가 활발해지고, 반대로 근육을 키우는 유전자는 잠잠해졌습니다.

기능적으로 생각해보면, 독감에 걸렸을 때 다리에 힘을 주기도 어렵고, 그래서 걷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젊었을 때는 독감이 나아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이 문제도 사라지기 때문에 따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나면 독감을 앓았다가 다 나은 뒤에도 이 문제는 훨씬 오래 남아 몸을 괴롭힙니다. 독감에 걸렸을 때 다리에 힘이 없어 넘어지는 노인이 적지 않다는 걸 생각해보면 다리에 힘을 주고 걸을 수 있느냐 마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잘못하면 장기적으로 다리에 장애를 안을 수도 있고, 지팡이나 보행기에 의지해야 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원하는 데를 스스로 가지 못하면 일상의 독립을 보장받기 어렵죠.

제 실험실에 있는 연구진은 독감에 걸렸을 때 근육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면역 반응 가운데서도 정확히 어떤 물질과 요인이 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그 요인을 제거해 문제를 예방하는 법을 찾고 있습니다.

독감에 걸리면 몸이 아픈 건 물론이고 마음도 축 가라앉고 서럽기 마련이죠. 하지만 적어도 몸이 아프다는 건 내 몸이 감기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 그 점에서는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몸은 열이 나고 몸살이 나는 와중에 열심히 폐에 침투한 감기 바이러스를 소탕하고 있으며, 감염된 세포들을 골라내 처리하고 있는 겁니다. (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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