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을 넘어: 노벨상 수상자 헤라르트 엇호프트 인터뷰[2013.10] (1/2)
2017년 10월 24일  |  By:   |  과학  |  1 comment

지난 며칠 동안 나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무시되어온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다루는 흥미로운 학회에 참석했습니다. 곧, 양자역학은 실재를 근본 수준에서 다루는 학문이 아니며 보다 깊은 곳에 위치한 실재의 한 반영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주장의 선두에 서 있는 이는 1999년 표준모형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헤라르트 엇호프트입니다. 나는 그와 비프 굴라쉬, 그리고 옥수수 스튜로 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흥미로워 하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엇호프트는 양자역학의 악명높은 우연성이 그저 표면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내부에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합리적인 규칙이 입자보다 더 근본적인 최소단위를 지배하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최소단위는 여러 현대의 물리학 이론에서 자연에서 의미있는 최소단위로 일컬어지는 플랑크 스케일의 세계에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이론은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아일랜드의 물리학자 존 벨은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입자들 사이의 연관성을 이들이 원래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가정해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즉, 벨은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어떤 정보를 실제로 주고 받는다고 주장했고, 이는 엇호프트의 이론과는 충돌하는 것입니다.

8년 전 내가 엇호프트와 처음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는 벨의 이론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를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 그는 초결정론(superdeterminism)이라는 대안을 찾아냈습니다. 이는 매우 특이할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매우 불편한 아이디어입니다. 내가 아는 한 이 아이디어에 동의하는 이는 지난 주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를 밝힌 노르딕 이론물리연구소의 사빈 호센펠더를 포함한 세 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이론은 모든 실험은 그 실험에서 측정할 입자를 만들어내는 순간과 완벽하게 독립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완벽하게 통제된 실험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설사 두 실험자(보통 앨리스와 밥이라 불리는)는 지구에 있고, 이들이 수십억 광년 떨어진 퀘이사에서 오는 광자를 가지고 실험한다 하더라도 이들은 우주탄생 초기라는 공통의 과거를 가지고 있게 됩니다. 이런 미묘한 의존성은 실험 과정의 선택에 편향을 만들게되며 따라서 물리학자들은 연관성을 설명하는 이론이 절대 불가능한 것처럼 여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 이론은 자유의지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초결정론이 아닌 그냥 결정론도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물리 법칙은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을 그 결정이 일어나기 전에 예측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초결정론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우리의 모든 행동이 예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자연의 진정한 모습을 밝히려는 노력에 간섭해 이를 막는다고 말합니다. 우주가 모든 것을 그냥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물리학자들을 속이도록 정해놓았다는 것입니다. 로스웰이나 시온수도회와는 비교도 안되는 규모의 음모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는 누군가에게는 음모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물리법칙입니다. 어떤 현상이 처음에는 음모론적으로 보이더라도 사실은 자연법칙의 결과물인 경우는 흔히 있습니다.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은 것, 곧 항상 같은 면을 지구에 보여주는 것은 누군가의 장난 때문이 아니라 각운동량 보존이라는 물리법칙 때문입니다. 학회의 개회 토론에서 엇호프트는 새로운 물리법칙이 인간의 측정 선택과 입자의 성질을 조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어떤 음모로 보이는 것은 우리가 아직 알지못하는 보존법칙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 수학적 필요성을 발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될 것입니다.”

아래는 우리 대화의 요약본입니다.

Q: 양자역학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A: 양자중력과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고에너지에서 표준모형이 어떻게 바뀌는지, 양자역학은 결국 무엇에 관한 것인지, 중력은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지 이해하고 싶습니다. 나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결국 하나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다른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하나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아마 어떤 커다란 발견 하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될지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곧 그 문제가 매우 어려울 것임을 의미하며 따라서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Q: 당신의 이론을 설명해주세요.

A: 내 이론은 양자역학 밑 바탕에 어떤 고전적인, 그러니까 마치 고전적인 행성 문제나 당구공 문제와 같은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현실의 고전법칙이 실수(real number)에 기반하고 있다면, 나는 실수 뿐만 아니라 다른 기반, 곧 유한한 집합을 구성하는 정수나 자연수 역시 고려하고 있습니다. 나는 유한성이 모든 수준의 궁극의 이론에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플랑크 이산성(Planckian discreteness)와 관련이 있나요?

A: 그렇습니다. 플랑크 수준에서는 불린 대수나 정수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이때문에 블랙홀의 홀로그래픽 이론은 블랙홀의 지평선에서 정보의 양이 사실상 유한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Q: 어젯밤 당신은 체스판 같은 고전적 모형을 설명했습니다.

A: 그 모형은 문제가 고전적이고 답 역시 고전적이지만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을 동원해야 하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양자역학은 그저 도구에 불과합니다. 물론 극히 유용한 도구이지요. 나는 양자역학을 그렇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자역학을 도구로 사용할 때 양자 파동함수는 측정에 의해 자동으로 붕괴하는 어떤 것입니다. 슈뢰딩거 고양이 실험에서 고양이는 살거나 죽을 뿐 절대 그 중간 상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Q: 그 말은 중첩(superposition)이라는 개념이 실재하지는 않는 어떤 상상의 것이라는 뜻이군요. 우리가 통계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양자역학을 편리한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만들었구요.

A: 그렇습니다. 중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묘사하기위해 그 개념을 필요로할 뿐입니다. 하지만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요. 우리는 이를 통해 진공을 하나의 상태로 묘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공은 매우 복잡하고 불규칙적으로 바뀌는 상태입니다. 중첩을 통해 우리는 진공처럼 보이는 하나의 상태를 말할 수 있습니다.

Q: 어제 당신이 보여준, 고전 시스템이 양자역학적 행동을 보여주는 예들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당신은 우리 우주도 실제로는 매우 단순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만 단지 자유도가 너무 높아 극히 복잡하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하나요?

A: 나는 그러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물리 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성립하기 때문에 그런 물리 법칙을 만들어내는 기본 원리는 극히 단순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부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원문 보기

  • http://hyacinth.byus.net/ Daehyeon Kim

    기존 양자역학 중첩 개념을 뒤흔드는 발상이네요. 상당히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