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계의 성차별, 앤디 머레이의 페미니즘
2017년 7월 18일  |  By:   |  문화, 세계, 스포츠  |  No Comment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인 앤디 머레이는 여러가지 면에서 유명인사입니다. 코트를 넘나드는 슬라이스 백핸드, 잔디 코트에서의 유려한 플레이로 잘 알려져있고, 경기장에서의 태도가 논란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는 또한 최정상급 남자 테니스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하드코어 페미니스트입니다. 최근에는 윔블던 8강에서 자신을 물리친 샘 퀘리에 대해 한 기자가 2009년 이후 주요 대회 4강에 오른 첫 미국 선수라고 말하자, 재빨리 “최초의 남자 선수”라고 고쳐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는 2009년 이후 14개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세리나 윌리엄스가 있으니까요. 머레이의 지적에 기자회견장에서는 한바탕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정작 본인은 조금도 웃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은 머레이에게 일상적인 일입니다. 어릴 때 어머니 주디 머레이로부터 테니스 교육을 받은 머레이는 언제나 동료 여성 테니스 선수들의 위업에 대해 찬사를 보내곤 합니다. 그 태도가 과시적이지 않고 자연스럽죠. 머레이의 페미니스트적 면모가 엿보이는 발언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2013년 6월 27월, 머레이가 최강의 여자 선수인 세리나 윌리엄스와 경기를 해볼 생각이 있다고 밝혀, 상당히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이 붙으면 플레이스타일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죠. 남자 선수가 상대 여성을 당연히 가볍게 꺾을 것이라는 뉘앙스없이 이런 제안을 하는 일은 매우 드문 사건입니다. 세리나도 이 제안에 화답했지만 경기는 아직 성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13년 9월 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늘 여성 경기들을 챙겨본다며 특히 폴란드 출신의 드롭샷 장인 아그니에쉬카 라드반스카 선수를 존경한다고 밝혔습니다. “테니스가 좋으니까 그냥 보는 것 뿐이에요.”

2014년 6월 22일, 윔블던을 앞두고 머레이가 여성 코치 아멜리 모레스모를 기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단언했습니다. “(내가 여성 코치를 쓰는 것이) 남성 스포츠계에, 또 여성 스포츠계에 더 많은 여성 코치들이 진출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 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레스모 같은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안 될리 없다.”

2014년 11월 29일, 한 인터뷰어가 “모레스모가 코치로서 도움이 되나”라고 묻자, 머레이는 “그녀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합니다.

2015년 1월 29일, 호주 오픈에서 머레이는 다시 한 번 코치를 치켜세웁니다. “여성도 훌륭한 코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한 주 였다.”

2015년 6월 4일,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머레이는 공개적으로 페미니스트 선언을 합니다. 모레스모 코치에 대한 한결같은 태도, 그리고 가정 환경이 여성에 대한 태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말하는 과정에서였죠. 그는 “제가 페미니스트가 되었냐구요?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이 여성도 남성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면, 네, 저는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2016년 3월 23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머레이는 성별 간 급여 격차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급여를 받아야 합니다.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실망스럽네요.”

2016년 8월 15일, BBC 진행자가 머레이를 “올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딴 최초의 테니스 선수”라고 소개하자, 머레이는 바로 진행자의 멘트를 정정했습니다. “단식 금메달 2회 연속은 제가 최초지만, 윌리엄스 자매가 있죠. 올림픽에서 각자 금메달 4개씩은 딴 걸로 알고 있어요.”  (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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