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우주인을 만드는 법(2/2)
2017년 4월 24일  |  By:   |  과학  |  No Comment

바꾸고 싶은 유전자 목록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이란 결국 유전학의 용어로 “적합성(fitness)”이라는 개념으로 연결됩니다. 이 단어는 헬스장에서 한 시간 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생명체가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잘 생존하고 번식하는가를 의미합니다.

즉, 우주 공간에서, 그리고 화성에서 인간의 적합성은 극히 낮습니다. 우주인이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절한 양의 산소와 질소, 그리고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우주복을 입어야 합니다. 이 우주복의 목적은 바로 우주인의 유전자가 이미 적응해 있는 환경, 곧 지구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우주인에게 유용한 유전자 목록을 만들고 있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보스턴의 베리타스 제네틱스(Veritas Genetics)는 999달러(약 110만원)을 받고 한 사람의 유전자를 분석해 줍니다. 이들의 분석 결과 중에는 당신의 “우주 유전자”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티벳인들에게 흔한 EPAS1 유전자는 우리가 보다 적은 산소를 필요로 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근육퇴화를 막는 저지방 근육을 만들어주는 유전자가 있고,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는 유전자가 있으며, 불안감을 낮게 유지하도록 해주는 유전자도 있습니다. 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 맷 데이먼이 살아남은 것은 바로 이런 성격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유전자를 가진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를 모두 가진 이는 10억 명의 한 명 정도입니다. 바로 이 점이, 완벽한 우주인을 만들기 위해 이런 특성을 출산 전에, CRISPR 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가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더부룩한 턱수염을 가진 하버드의 유전학 대가이자 베리타스를 세운 미래학자 조지 처치는 위의 목록과 비슷한, “외계 환경에서 인간을 보호하는 희귀한 변이 유전자” 목록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를 위시 리스트라 부릅니다.

우주인에게 필요한 또다른 특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만약 어떤 섬에 코끼리들을 가져다 두고 1만년의 시간이 지나면, 그 곳에는 크기가 작은 코끼리들이 번성해 있을 겁니다. 그들은 좁은 땅과 부족한 먹이에 적응한 것입니다. 이는 “섬 왜소화(island dwarfism)”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화성의 기지 안에서도 이런 작은 덩치가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기지의 크기도 크지 않으며, NASA 가 지구 궤도 위로 올리는 음식 1파운드를 보내기 위해서는 1만 달러(약 천백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이는 힘이 센 사람보다는 몸집이 작은 사람이 더 우주인에 적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키가 195cm 인 조지 처치는 언젠가 NASA 가 자신에게 당신은 키가 너무 커서 우주인에 지원해도 안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자가영양형 인간

어떤 과학자들은 더 큰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오늘 아침에 먹은 시리얼 박스 옆에는 “비타민 C –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10%”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박스 옆에 써 있는 이런 “필수” 영양소와 비타민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이때문에 우리는 식물, 곰팡이, 박테리아 등 이를 만드는 유기체를 먹어야 합니다. 이들은 흙이나 당분과 같은 기초적 성분을 이용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합성하며, 이때문에 “자가영양생물(phototrophs)”이라 불립니다.

물론 우리가 화성에서 살아야 한다면, 바위를 먹을 수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면 당신은 내가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이는 농담이 아닙니다. 콜럼비아 대학의 해리스 왕은 2016년 조지 처치가 하버드 의대에서 합성 생물학자들을 초청해 가진 비공식 컨퍼런스에서 “자가영양형 인간 합성하기”라는 제목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설탕물만을 먹고 살 수 있다면 우주 여행에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비록 그의 발표 제목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자신이 실제로 사람을 합성하고 있지는 않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는 적어도 그런 일은 아주 아주 긴 시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사람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돌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가 그 일에 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진정 다른 별로 여행하고 싶다면, 스스로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우주여행은 매우 극한 환경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고려해볼만 합니다.”

왕은 자신도 그것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의 연구실은 인간 신장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보통의 인간이 만들지 않는 9개의 아미노산, 그 중에서도 가장 간단한 메티오닌을 생성하도록 만들려하고 있습니다. 메티오닌을 만들 수 있게 되면, 트립토판, 페닐라라닌, 그리고 비타민 D, C, B 등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인간이 완전히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합성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약 250개의 새로운 유전자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필수 영양소를 스스로 생성하는 우주인을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 곧 다른 행성 자체를 변화시키는 일이나 아니면 지구의 대기, 식물, 가축을 모두 실은 우주선을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왕은 우주인이 만약 광합성, 곧 빛을 에너지로 스스로 바꿀 수 있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광합성을 하는 인간을 그냥 인간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한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광합성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은 대략 운동장 넓이의 얇은 나뭇잎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 태아의 DNA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은 이 지구라는 환경에 인간을 더 적합하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일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인간은 실험실의 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우생학에 반대하고, 유전자 변형 인간에 반대합니다. 다른 이들은 유전자를 바꾸는 것이 의미가 있으며, 적어도 이를 확인해보자고 말합니다.

나는 이 도덕적 문제에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우리가 이 지구를 떠나기 전에는 이 문제에 답을 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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