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로 험난해진 한중 관계, 그리고 동북아시아 군비 경쟁 우려
2016년 7월 14일  |  By:   |  세계, 한국  |  No Comment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북한에 중국은 항상 든든한 동맹국이자 보루였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시진핑 주석은 전통적 우방인 북한보다 한국에 더 공을 들이는 듯했다.

시 주석은 한국이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걸 견제하고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난 적이 없는 시진핑 주석은 서울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먼저 예방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참가하는 것으로 호의에 답했다. 미국 동맹국의 정상 가운데 전승절 행사에 참가한 건 박 대통령이 유일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시진핑 주석이 공들여 쌓으려던 탑은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미 관계를 전에 없이 돈독히 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국에 기대지 않겠다는 신호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베이징은 한국 정부의 이번 발표를 명백한 외교적 실패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 미군의 첨단 무기 체계가 한반도에 반입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반할 뿐 아니라,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에 대응해 더욱 정교한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로 오바마 정권 후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신뢰가 옅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남중국해 영토 분쟁, 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시장 규제 등으로 양국은 불편한 관계를 이어 왔다.

그리고 이른바 대북한 공조가 남는다. 적어도 지난번 유엔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미국과 중국은 서로 뜻을 같이하는 부분을 찾아 이를 토대로 협력을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중국은 북한을 강력히 압박해야 할 이유를 거의 모두 잃었고, 북한에 대한 태도, 북핵 문제 해법은 이제 중국과 미국의 기조가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힐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주한미군 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장군은 수년간 논의해 온 사드 배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려고 미국의 최신식 미사일 방어 체계를 한국에 들여온다는 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이라고 거듭 주장해 왔다. 높은 고도를 나는 미사일을 추적하고 요격하는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바로 이웃에 있는 중국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을 모조리 감시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뻔하다는 지적이었다.

베이징 인민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청샤외 교수는 한반도 남쪽에 사드 배치가 확정된 이상, 중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더욱 정교한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사드라는 최신식 방패를 목전에 들이밀었으니, (중국은) 창을 더 날카롭게 벼릴 수밖에요.”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놓고 일 년 넘게 첨예하게 맞서 왔다.

지난달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사드를 나토 회원국 곳곳에 배치해놓고 러시아를 옥죄고 있는 이지스함과 미사일 방어 체계에 비유하며 미국의 사드 배치를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은연중에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고 압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미사일 방어 체계로 에워싸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는 동북아시아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 견해를 밝혔다.

“사드는 한반도를 방어하려는 목적을 훨씬 웃도는 영향력을 가진 무기 체계로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리고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입니다.”

왕이 부장은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상황을 이해하지만 “필요 이상의 무기 체계를 들여오는 건 이해할 수도 없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일본 또한 한미일 삼각 동맹을 중심축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요구에 응해 결국에는 사드를 배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일본은 사드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일 양국은 2017년 생산에 들어갈 새로운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함께 개발해 왔다.

사드 배치 논의는 북한이 지난 1월 네 번째 핵실험을 감행한 뒤 속도가 붙었다. 북한이 수소 폭탄 시험이라고 주장해 온 1월 핵실험 직후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 나중에 중국 관리가 이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핵무장을 막을 의지가 없다고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중국 또한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을 열어둔다는 박 대통령의 소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전혀 현실성이 없는 전략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3월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 문제를 공식적으로 협의하기 시작했다. 푸단대학교에 있는 미국 연구소의 우신보 소장은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사드의 레이더 체계가 중국을 지나치게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기술적으로 조정해줄 것을 요구해달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조정은 끝내 없었다.

한국에서는 가장 큰 교역 대상국인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일종의 경제적 보복을 가하지 않을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중국이 한국으로 떠나는 여행객 숫자를 제한하거나 한국 상품 일부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우신보 소장은 가뜩이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중국이 그렇게 직접적인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중국 정부 내에서 대북 정책 기류는 분명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즉, 지난 2년 동안 북한과 거리를 두어 온 시진핑 주석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반대로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자는 이들이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전면에 나서리라는 것이다.

“북한과 균형 잡힌 우호 관계를 유지하자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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