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이 닮았다: 친자확인 결과의 진실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두고 싸우는 부부를 보여주는 “부성 법정(Paternity Court)”은 미국에서 주 5회 방영되는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문학에서도 이 주제는 역사가 오래된 전통적인 주제입니다. 셰익스피어와 초서도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알고 키우는 어리석은 남자를 풍자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종종 머리에 뿔을 쓴 이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몇몇 연구를 보면 그런 비율이 알려진 것보다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연구를 이끈 벨기에 루벤 대학의 유전학자 H.D. 라무소의 말입니다.
영어에는 다른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Cuckoo)에서 유래한, 부정을 저지른 여성의 남편을 일컫는 단어(Cuckold)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라무소 박사는 이를 보다 객관적 용어인 “중복 부성(extra-pair paternity)”이라 불렀습니다.
20세기까지는 특정한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증명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1304년, 영국의 한 남성은 자신이 3년간 외국에 나가 있을 동안 자신의 아내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확인해달라고 법정에 부탁했습니다. 명백한 논리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법정은 그 남성의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판사는 “남편과 아내 사이의 사적인 문제는 알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근대 생물학은 이 문제를 감싸고 있던 베일을 서서히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은 부모와 자식의 혈액형에 어떤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943년, 찰리 채플린은 법정에서 여배우 조앤 배리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혈액형에 근거해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정은 혈액형 증거를 무시했고 채플린에게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1990년대 들어 DNA 검사로 부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서야 법원은 이를 증거로 인정했습니다. 실험실에서 아이의 유전자 표지와 아버지의 표지가 일치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검사 결과가 축적되면서 놀라운 결과가 등장했습니다. 부성 검사 결과 10~30%의 아이들이 아버지가 다른 남자로 밝혀진 것입니다.
이 숫자는 빠르게 알려졌고, 여러 교과서에도 실렸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커다란 문제가 존재합니다. 곧, 이 결과는 임의로 일반인을 뽑아서 한 실험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아버지가 아닐 것이라 이미 의심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라무소 박사와 다른 과학자들은 실제 불륜의 정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연구에서 라무소 박사는 벨기에의 출생 기록을 이용해 지난 4세기에 걸쳐 있는 대가족의 유전자 계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 계보에서 현재 살아있는 남성의 Y 염색체를 검사했습니다.
Y 염색체는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거의 변화 없이 전달됩니다. 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남자는 만약 다른 남자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은 한 같은 Y 염색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살아있는 남성들의 염색체를 비교한 결과, 라무소 박사는 불륜으로 아이가 탄생했을 비율이 1% 미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독일, 그리고 말리의 농촌에서 이루어진 유사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숫자가 나왔습니다.
연구자들이 다른 방법을 적용했을 때도 그 숫자는 비슷했습니다. 그들은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방에서도 비슷한 조사를 했습니다. 플랑드르 지방은 16세기 후반부터 프랑스인들이 꾸준히 이주해 온 지역입니다.
플랑드르 지방 남성 중 프랑스 성(姓)을 가진 이들의 Y 염색체는 오늘날 조상이 같은 프랑스 지역 남성들과 일치했습니다. 만약 수 세기 동안 불륜이 이어졌다면, 성씨가 같아도 염색체가 일치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 연구가 실린 “생태학과 진화론 경향(Trends in Ecology and Evolution)”에서 라무소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불륜 때문에 태어난 아이가 매우 흔하다는 생각은 진작 도시 전설로 사라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방법들로 이루어진 연구들이 모두 그런 아이의 비율이 1% 정도라고 이야기합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