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성차별주의가 위험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6년 2월 3일  |  By:   |  세계  |  No Comment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문화적 성차별주의가 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남성은 성욕의 노예고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는 식의 인식에서 벗어나, 합의된 성관계를 강조하는 성교육이 절실하다는 이야깁니다.

해당 논문을 펴낸 조지아주립대학 연구팀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바로 웹커뮤니티 ‘레딧(Reddit)’의 한 포스팅이었습니다. 2012년 7월, 레딧에는 “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쓴 글은 꽤 있는데, 가해자 입장을 들려줄 사람은 없어? 동기는 뭐였어? 지금은 후회하고 있나?”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조지아주립대 연구팀은 성폭행 가해자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이 글에 달린 댓글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성범죄 가해자들의 사고방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섹스와 관련된 내러티브(“남자가 덤비면 여자는 싫다고 하게 되어있어” 등)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강간범에게 물어봐”라는 별칭을 얻은 해당 포스트는 곧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해자들이 범죄를 털어놓고 죄책감을 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잇따랐고, 성범죄 피해자들은 특히 크게 반발했습니다. 조지아주립대 연구팀도 12,000개의 댓글 중, 언론 보도로 화제가 되기 전인 초반 이틀의 댓글 가운데 자신의 경험을 직접 이야기한 68개만을 추려 조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팩트체킹을 할 수 없는 익명의 댓글들이 연구 대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지만, 가해자들이 익명으로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정신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던 것이죠.

연구팀은 가해자의 자기 합리화 방식을 크게 피해자 탓하기, 성적 대상화, 생물학적 필연성(“남자는 성욕이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다”),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 이렇게 네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그러나 이 네 부류 간의 경계는 매우 흐릿했습니다. “나쁜 짓인줄 알면서도 나의 호르몬을 통제할 수 없었고, 그 순간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댓글에서 성적 대상화와 생물학적 필연성이 동시에 드러나는 식이었죠. 또한 일상 속에서 흔히 듣는 성에 대한 ‘통설’이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탓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남자의 성욕을 이해 못 한다”고 범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자신의 딸이 어느 정도 자라면 앉혀놓고 남녀 관계의 진실에 대해 설명해주겠다는 소름끼치는 댓글도 있었죠. 상대가 육체적으로, 언어적으로 거절할 수 없을 때까지 괴롭혀 성관계를 갖고 나서도,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 책임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인터넷에 이런 포스팅이 올라온 것 자체가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자기 합리화의 기회를 주어 행동 개선의 가능성을 낮춘다는 비판에 동의하면서도, 댓글 연구로부터 얻은 교훈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성차별주의를 내포하고 있는 성과 관련된 오랜 속설들이 위험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코 가벼운 농담처럼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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