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국의 제조업, 광둥성 둥관시를 가다
2016년 1월 22일  |  By:   |  경제, 세계  |  2 Comments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 남부 광둥성, 그 가운데서도 주장강 하구에 자리 잡은 둥관(东莞)시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구, 신발, 의류 등 노동집약적 생산품을 만드는 공장들이 모여 번성했던 곳입니다. 금융위기가 오기 전, 한창 경기가 좋았을 때는 전 세계에서 팔리는 모든 운동화 네 켤레 가운데 한 켤레가 둥관시에서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그랬던 것이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이지만 이제는 상황이 너무 나빠졌습니다. 수출 물량이 계속 줄어들고, 가파르게 오른 생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공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거나 이제는 중국보다 훨씬 더 노동력이 싼 동남아시아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둥관시의 경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난 4분기 성장률은 6.8%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6.9%로 천안문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중국을 떠났던 1990년 이래 가장 낮았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중국의 수출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도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1970년대 말 경제개방 이후 수출이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해 미국 주도로 체결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경쟁국들은 포함됐지만 중국은 제외된 것도 중국 제조업계에는 악재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서비스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 같은 규모의 나라에서 핵심 산업을 바꾸는 일이 몇 년 안에 일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제조업이 미래지향적이지는 않다고 해도 고용 효과로 보면 여전히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데 있습니다. 평생 신발 만드는 일, 가구 조립하는 일만 해 온 둥관시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이들은 아직 퇴직하기에는 지나치게 젊지만, 기술을 새로 배워 다른 산업에서 일자리를 찾기는 또 늦어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혁신이나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같은 말은) 그저 구호일 뿐이죠. 어디 그게 실제로 되기나 하겠습니까?”

둥관시의 한 가구 공장에서 우리 돈으로 월급 6만 원 정도를 받는 말단 노동자에서 시작해 생산 라인 전체를 관리하는 팀장 자리까지 올랐던 46살 팡밍화 씨는 체념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밥줄이 끊긴 노동자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전하는 공장을 따라 낯선 곳으로 가서 더 낮은 임금을 감수하고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젊었을 적에 떠나 온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사는 일입니다.

공장들은 생산비용이 덜 드는 내륙 지역이나 중국 밖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업체들은 수출 물량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중국 안에서 판매할 내수용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올 수밖에 없던 구조조정이라지만 그 과정을 몸소 겪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쓰촨성 출신의 43살 장린 씨는 25년 전 돈을 벌기 위해 둥관시로 왔습니다. 일밖에 모르고 산 그는 한때 대만 자본이 소유한 신발 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 7천 명을 관리하는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신발 제조업계도 높아지는 비용 때문에 어려움에 부닥쳤고, 그가 다니던 공장은 2012년 문을 닫았습니다. 그는 동료들과 따로 공장을 차려 700여 명을 고용하고 신발과 가죽 부츠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아 장린 씨는 앞으로 5년 후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주문받은 물량은 총 120만 켤레였는데, 전년도인 2014년에 비해 15%나 줄어든 수치였습니다.

공장은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고, 여러 가지 비용이 더 싼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귀저우 성 등 개발이 덜 된 내륙 지역은 노동력도 둥관시보다 40%나 쌉니다. 장린 씨는 지난 8월 둥관시에 있던 여러 신발 공장들이 옮겨 간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그곳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0월 후아웨이와 ZTE 등에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푸창전기가 갑작스레 도산했습니다. 노동자 수천 명은 셴젠시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노동자들의 시위가 대규모로 번지는 사태를 경계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지역 은행과 협약을 맺고 3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의 중소 전기통신업체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둥관시에 남아있는 공장들 가운데 예전처럼 노동집약적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15년 동안 일한 마이클 레차 씨는 지난 2012년 둥관시로 와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차렸습니다. 스페인 회사가 출자한 이 공장에서는 차량 범퍼나 차체에 들어가는 금속 부품을 만드는데, 금속을 주조하는 일은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 로봇이 합니다. 공장에 고용된 노동자는 총 400명에 불과합니다. 레차 씨는 말했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생산비용이 싼 나라가 아니에요. 유럽에 공장을 지을 때 필요한 만큼 거의 똑같은 수준의 자동화 설비가 필요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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