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휴가는 당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2015년 8월 21일  |  By:   |  문화, 칼럼  |  1 comment

23년 전, 결혼 1주년을 어떻게 기념할지를 두고 아내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스페인 출신의 아내는 바다 여행을 원했고 검소한 미국인인 나는 그때까지 집에 들여놓지 못했던 가구인 소파를 사자고 했지만, 예산이 빠듯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죠. 최종 결론은 물론 바다 여행이었습니다.

휴가를 어떻게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버지니아대학에서 나온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내성적인 사람은 휴가지로 산을, 외향적인 사람은 바다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산에서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해변에서는 탁 트인 공간에서 수영복 입은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사 결과입니다.

휴가, 특히 휴가의 만족도와 관련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휴가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일은 행복도를 높여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휴가보다 휴가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더 큰 기쁨을 얻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그렇다면, 즉흥적인 여행보다는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편이 언제나 현명한 선택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나치게 꼼꼼한 계획을 세우면 정작 휴가 기간 느끼는 만족도가 낮아진다고 하니까요. 휴가 전의 행복이나 휴가 후의 행복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니, 그야말로 “휴가의 역설”입니다.

휴가를 가는지, 또는 아예 안 가는지를 보아도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휴가와 직업적 성공 간의 관계는 예상 밖입니다. 2013년 미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사용하지 못한 유급 휴가가 연 11~15일이었던 사람은 휴가일을 모두 사용한 사람에 비해 보너스를 받거나 월급이 높을 확률이 6.5% 낮았습니다. 휴가를 가지 못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일을 못하게 된 건지, 아니면 일을 원래 못하는 사람들이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서 휴가를 못 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휴가를 챙겨 쓰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는 거죠.

휴가를 대하는 자세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이 “무슨 일 하세요?”지만, 유럽인들은 “올해 휴가는 어디로 가세요?”를 즐겨 씁니다. 미국에서는 민간 부문 노동자들이 1년에 평균 16일의 유급 휴가를 받지만, 법으로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반면 이탈리아는 31일, 스페인은 34일, 포르투갈은 35일의 유급 휴가가 법으로 보장돼 있죠. 미국인들은 이 숫자에 어이없어하면서 23%에 달하는 스페인의 실업률을 지적하고 싶어 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스페인에서 몇 년 살아본 결과, 자발적인 게으름과 비자발적인 게으름 사이의 관계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비난을 듣게 되니,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끝으로 휴가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1996년 미주리대학과 테네시주립대학에서 나온 논문에 따르면, 학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한 달 치 공부한 것을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또한,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이 더 큰 타격을 입고요. 물론 여름방학을 통해서 얻는 것도 있겠지만, 여름 내내 학교에 가지 않는 오랜 전통이 과연 학생들에게 최선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3년을 함께 살면서 아내와 나는 나름대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올해는 미국 표준대로 여름에 10일을 쉬고, 산과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갑니다. 휴가에서 돌아오면 지난 학기에 배운 것을 조금 잊어먹은 아이들이, 결혼 1주년 때는 없던 소파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죠.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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