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신이 저지른 성범죄를 인식도 못하는 사람들
2015년 6월 4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2002년,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고교 풋볼 선수였던 브라이언 뱅크스는 동급생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뱅크스는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고, 5년 넘게 복역했죠. 그러나 2011년 피해자는 당시 자신의 성생활을 엄마에게 들키는 것이 두려워 거짓말을 했다며 진술을 철회했고, 판결은 뒤집혔습니다. 뱅크스의 결백은 밝혀졌지만, 10년 넘게 풋볼을 놓았던 그는 선수로 재기하지 못했죠.

미국인들의 뇌리에는 강간범 누명을 쓰고 인생을 망친 유망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성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일종의 거부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죠.

하지만 대학가의 성범죄를 다룬 신간을 발표한 존 크라코어는, 결백한 이가 누명을 쓰는 일보다 강간범이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말합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백한 사람이 누명을 쓴 경우는 전체 강간 사건의 2~10%라고 합니다. 반면, 피해자들(주로 여성이지만 남성도 포함)은 끊임없이 고통을 받고 있죠. 일례로 군대에서는 성범죄를 고발한 사람의 3분의 2 이상이 보복 조치를 당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아예 접수되지 않는 사건도 수없이 많고요. 그렇게 수많은 강간 사건이 가해자 처벌 없이 묻히게 되고, 이는 계속해서 더 많은 성범죄를 낳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다수의 성범죄가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소수의 남성들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강간범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료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놀랍습니다. 대상자에게 단순히 원치 않는 사람과 성관계를 한 적이 있냐고 물었고, 이 질문에 계속해서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죠. 크라코어의 책에는 어리고 긴장한 대학 신입생들에게 술을 먹여 침대로 데려가는 “요령”을 자랑처럼 늘어놓는 대학생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인터뷰를 읽어보면 이 남학생은 자신의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은 쉽지가 않지만, 우선 생각해야 하는 것은 법적인 해결책입니다. 성적인 관계라는 것이 복잡하고, 애매하며, 술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두 사람의 증언이라는 불확실한 근거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지만, 검찰은 성범죄를 보다 적극적으로 기소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이 문화적 접근법입니다. 남녀가 동의와 술 문제, 제 3자의 개입과 같은 주제에 대해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인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함께 술을 마실 때 친구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도록 서로 신경을 쓰듯이,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또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성범죄 문제에서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사람들이 “강간”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낯선 사람이 덤불에 숨어있다 튀어나와 저지르는 범죄를 떠올린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런 일도 일어나긴 하죠. 하지만 우리는 다수의 강간범이 총보다는 술 한 잔을 무기로 삼고, 매력을 발휘하다가 얼굴을 바꾸어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대학생이 자신이 강간범인지도 몰랐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죠.

저는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고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수많은 강간범들이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멀쩡한 젊은이가 강간범 누명에 인생을 망치는 일만큼이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기기를 바랍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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