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발견된 독일 설화 500편
신비한 동물, 용감한 왕자님과 마녀의 이야기를 포함한 설화 500편이 독일 레겐스부르크(Regensburg)의 한 서고에서 발견됐습니다. 지금껏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이야기들은 바바리아 지방의 역사학자 폰 쉔베르트(Franz Xaver von Schönwerth)가 수집한 이야기들로, 그가 이야기를 모은 시기는 유명한 그림(Grimm) 형제가 동화를 모으고 다니던 시기와 겹칩니다. 지난해 바바리아 주 오버팔츠(Oberpfalz) 시는 폰 쉔베르트가 수집한 이야기들 가운데 몇 편을 묶어 동화책을 출판했습니다. 책의 제목은 소똥구리 풍뎅이(Prinz Roßzwifl)라고 붙였는데, 오버팔츠 문화부의 아이켄지어(Erika Eichenseer) 씨는 소똥구리가 후대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소똥구리에게는 알)을 소똥 속에 낳은 뒤 이를 정성스레 굴려 모으는 것처럼 폰 쉔베르트가 모은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가 새겨담을 만한 지식과 지혜가 가득하다고 말했습니다.
폰 쉔베르트는 평생을 구전 동화나 설화 등 각종 이야기를 모으고 기록하는 데 썼습니다. 지역의 노인들이나 노동자, 하인들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알고 있는 이들을 만나고 또 만나 이야기를 직접 들은 뒤 비교해 기록을 남겼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 수집가 그림 형제 가운데 한 명인 자콥 그림(Jacob Grimm)은 폰 쉔베르트의 업적을 기리며 바바리아의 막시밀리안 2세에게 만약 우리 형제의 일을 대신할 사람을 구해야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폰 쉔베르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콥 그림은 “독일 어디에도 폰 쉔베르트만큼 정확하고 빈틈없이, 대단히 예민하게 이야기를 모으고 기록하는 이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폰 쉔베르트는 1857년부터 3년 동안 오버팔츠의 설화(Aus der Oberpfalz – Sitten und Sagen)라는 제목의 책을 총 세 권 발간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역사 뒷편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아이켄지어 씨는 많은 이들에게 잊혀졌던 폰 쉔베르트의 작품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습니다. 그가 확인한 500편의 설화 가운데에는 유럽의 다른 설화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마녀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스스로 연못으로 변신한 처녀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녀는 연못의 물을 전부 마셔버려 처녀를 집어삼켰는데, 처녀는 지혜를 발휘해 칼로 마녀의 배를 갈라 탈출합니다. 반면 신데렐라나 럼펠슈틸츠킨(Rumpelstiltskin)처럼 전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각 지역마다 조금씩 변형되어 존재하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했던 그림 형제는 수집한 이야기들을 훌륭하게 각색하는 데도 능숙했습니다. 반면에 폰 쉔베르트는 역사학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첨삭하는 걸 가능한 한 자제했죠. 때문에 폰 쉔베르트의 이야기들은 극적인 요소가 덜할지는 몰라도, 화자의 해석과 상상력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이기에 사료로써의 가치는 더 높기도 합니다.
아이켄지어 씨는 설화나 동화가 반드시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삶에서 나타나는 갖은 장애물과 위험은 선행과 신중함, 그리고 용기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걸 깨우쳐주는 게 이야기들의 본래 목적입니다.”
2008년 폰 쉔베르트 연구회(Franz Xaver von Schönwerth Society)가 발족했습니다. 아이켄지어 씨를 포함해 문학계, 역사학계의 많은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고, 폰 쉔베르트가 모은 이야기들을 독일어로 출판하는 일 뿐 아니라 우선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뮌헨에서 활동하는 영어 번역가 자보(Dan Szabo) 씨는 이미 “구두쇠 농부와 돈을 찍어내는 방앗간”, “순무 왕자님” 같은 이야기들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