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조 사코(Joe Sacco)의 “풍자에 대하여”
2015년 1월 12일  |  By:   |  세계  |  2 Comments

옮긴이: 언론인이자 만화가이기도 한 조 사코(Joe Sacco)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파리에서 일어난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에 관한 만평을 실었습니다. 만평이 지켜야 할 객관적인 기준, 선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사코는 만평을 만평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과 그들이 가져올지 모를 끔찍한 후과를 만평으로 그려냈습니다. 뉴스페퍼민트 독자 여러분들도 이 글만큼은 원문보기 링크를 열고 사코가 그린 만평과 함께 읽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풍자에 대하여 (On Satire) – Joe Sacco

파리의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무장괴한이 침입해 저와 같은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동료 언론인들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표현의 자유를 짓밟은 자들에 대해 분노가 끓어오르기에 앞서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러다 이내 샤를리 엡도가 그려왔던 만평들과 그에 대해 제가 갖고 있던 생각들이 떠올랐죠. 무슬림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리는 게 (다른 종교, 인종을 풍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범주 안에 있더라도 저는 그 만평들을 보면서 대개 지면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재미있다고 느끼거나 무릎을 탁 치는 적절한 풍자라고 여겼던 적이 거의 없긴 합니다.

만평은 누군가를 조롱할 수 있다고들 하죠. 저도 한 번 그렇게 해볼까요? 여기 (4번째 컷) 바나나를 손에 쥔 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벌거벗은 흑인이 있습니다. 재미없다고요? 풍자가 그렇죠 뭐. 그건 그렇고, 샤를리 엡도가 반유대인 정서에 동조하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만화가 모리스 시네(Maurice Sinet)를 해고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들 계셨나요? (혹시 유대인들이 로비를 하거나 압력을 가했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다음 컷을 준비했습니다. 노동자 계급의 창자에 똬리를 틀고 앉아서 탐욕스럽게 돈을 세고 있는 유대인의 모습입니다. 하하, 대단한 풍자 아닌가요? 재미없다고요? 그건 그렇고 만약 지금이 1933년이었다면 정말 섬뜩한 내용이 되었겠죠? 사실 풍자들이 그렇습니다. 몇 컷 안 되는 제한된 지면에 일어난 일의 정수를 최대한 압축(cut to the bone)하면서도 이를 재치있게 비꼬아 표현해야 하다 보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 일 자체가 이미 누군가에겐 선을 넘어도 한참 넘는 일이 될 수밖에 없죠. 이 때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누군가는 과연 어떻게 선택되는 걸까요?

만평가는 누군가를 조롱할 수 있습니다. 아니, 풍자의 원래 뜻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기 (8번째 컷) 신이 내리는 단죄를 성스러운 마음으로 대신 수행한다고 굳게 믿는 어떤 저를 참수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보기에 유쾌한 내용은 아니죠. 그렇지만 역겨운 일이라고 덮어놓고 욕을 하기 전에 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집단은 풍자를 하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인지를 한 번 생각해봅시다. 무슬림들에게는 왜 이런 단순한 이미지조차 (9번째 컷 –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 수감됐던 테러 용의자들에게 온몸을 검은 천으로 씌워놓았던 이미지)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이 되었을까요? 만약 이 단순하지만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이 “저 사람들(여기서는 끔찍한 테러를 저지른 극단주의 살인마들이 아니라 모든 이슬람교도)이 근본적으로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기 때문이야!”로 귀결된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사실 간단합니다. 정신 나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지구 상에서 쫓아내 모두 수장시켜버리는 겁니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우리와 생각이 다른 이들과 함께 조화롭게 사는 길을 어렵사리 찾아가는 과정보다 훨씬 단순하고 쉬울 테니까요. (Guardian)

옮긴이: 사코의 만평을 소개한 뒤 들풀 님께서 블로그에 이 글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셨습니다. “그가 만화에서 드러내고자 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피상적인 풍자의 권리만을 무한히 향유하고 그로 인해 영향 받을 사람들의 아픔 같은 것은 돌아보지 않는 데 대한 경계에 더 가깝다.”는 들풀님의 해석이 첫 문단에 소개한 “만평을 만평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과 그들이 가져올지 모를 끔찍한 후과”라는 요약보다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꼼꼼하게 해당 기사의 배경과 맥락을 짚어 소개하는 뉴스페퍼민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사 추천: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