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기업 임원 여성 할당제, 효과가 있을까?
2014년 12월 23일  |  By:   |  경영, 경제  |  5 Comments

지난주 독일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여성가족부 장관의 주도하에 내각이 여성 임원 할당제를 통과시켰습니다. 노동력의 43%, 대졸자의 53%가 여성인 상황에서도 200대 기업의 여성 이사 수가 턱없이 적다는 현실이 내각 결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독일의 기업 이사회는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는 비상임 감독이사회와 경영과 직접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임원이사회로 나누어져 있는데, 실제 비상임 감독이사회의 15%, 임원이사회의 4%만이 여성입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독일의 상장 기업은 비상임 감독이사회의 30%를 여성으로 채워야 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자리를 공석으로 두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쿼터제가 통과되기까지 각계의 반발도 많았습니다. 재계는 물론, 메르켈 총리도 처음에는 반대 의견을 냈었죠. 언론도 임원이사회에 비해 현실적인 영향력이 떨어지는 비상임 이사회를 여성으로 채우는 것이 일터에서의 여권 신장과 별 상관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임원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자격 조건들이 있는데, 그러한 자격을 충족하는 여성 인재를 당장 찾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두 장관은 이번 조치로 늘어나게 되는 여성 임원의 수가 170명 정도에 불과하며, 독일 노동 시장에 이 정도 여성 인력이 없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반론이 이어졌죠. 첫째는 일정 이상의 자격을 갖춘 170명의 여성이 있더라도 각 기업이 원하는 구체적인 임원상과 이들을 매칭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었습니다. 둘째는 이미 오래전부터 독일 사회 전반에서 비상임 감독이사회의 무능이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탈락한다면 문제가 악화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죠. 몇몇 회사는 이 조치가 시행되면 독일을 떠나겠다고까지 선언했습니다.

중도좌파 정치인들은 이런 문제를 다룰 때 종종 북유럽 국가들의 예를 논거로 가져옵니다. 그러나 이번에 할당제 승인을 주도한 두 장관은 이 부분에서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아마도 북유럽 국가들의 예가 할당제 찬성의 근거로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 이런 할당제를 시행하자, 수백 개의 기업들이 오히려 상장을 취소해버리기도 했죠. 고위급 여성의 비율은 2%에서 6%로 올라갔지만, 할당제를 시행하지 않은 덴마크에서도 같은 기간 비슷한 발전이 있었으니까요.

두 장관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성과를 낳으려면 문화적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도적 변화가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리에 올랐는데, 할당제 덕분에 임원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여성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반드시 유리 천장을 깨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긴 출산 휴가를 보장하는 제도하에서 여성이 출산 휴가를 넉넉하게 썼다가, 남성 동료만큼의 경험을 쌓지 못하고 승진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죠. 해결책은 오히려 남성들이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스웨덴에서는 남성의 육아 휴직을 장려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도입해, 많은 남성들이 실제로 육아 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육아가 커리어 초반의 남녀에게 공평하게 영향을 미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할당제를 도입해 위에서부터 구조를 바꿔나가는 일이 훨씬 억지스럽다는 것을 독일 정부도 곧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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