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사태를 보도하는 라디오 방송의 자세
2014년 9월 29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ISIS가 미국 언론인 제임스 폴리의 참수 동영상을 공개한 후, 언론계에서는 그 동영상과 사진을 쓰느냐 마느냐로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끔찍한 동영상이나 사진은 올리지 않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방송에서 “참수”나 “처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라디오 프로그램도 끔찍한 내용을 전하기 전에 미리 경고의 멘트를 해야할까요?

이 사건을 계속해서 보도한 NPR도 여러 독자들로부터 항의성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하와이에 사는 한 청취자는 “참수”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해달라며, 그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야하는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얼마나 괴로울지를 생각해달라는 편지를 보내왔죠. 변호사인 한 청취자는 “처형”이라는 단어가  ISIS에 법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처럼 들린다며, “살해”가 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끔찍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청취자들도 있었습니다. NPR이 캠퍼스 강간 사건을 보도할 때 했던 것처럼, 프로그램 앞부분에 미리 경고성 멘트를 달아야 한다는 지적이었죠.

NPR은 이 모든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나 내부 회의를 거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우선 “참수”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그것이 실제 일어난 일이니 사실 그대로를 전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경고를 붙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또한 길이가 어느 정도 나오는 리포트는 앞에서 어떤 내용을 전하겠다고 소개를 하니 그것으로 충분한 경고가 되며, 역시 리포트 하나하나에 따로 경고를 붙이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처형”이라는 단어 사용에 대해서는 보도반에 지침이 내려졌습니다. 웹스터 사전과 AP통신의 스타일가이드를 근거로, “처형”이라는 단어를 쓰면 ISIS가 그러한 법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인정한다는 뉘앙스가 생기니 “제임스 폴리는 살해당했다” 또는 “참수당했다”고 쓰는 것이 낫다는 지침이었죠.

“처형”과 “살해”의 문제는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언론은 갱단 간 싸움을 보도할 때도 “처형”이라는 단어를 종종 쓰고있고, ISIS가 끔찍한 집단이기는 하나 중동 일부 지역을 장악한 채 국가나 다름없는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길고 고통스러운 토론이 필요한 주제죠.

8월 29일에 방송된 NPR 프로그램 <모든 것을 고려하면(All Things Considered)>에서는 참수형이라는 제도의 어제와 오늘을 다룬 리포트를 앞두고 진행자가 “다음으로 이야기하는 저도 힘들고, 듣는 분들에게도 고통스러울 수 있는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달았습니다. 그러나 이 리포트가 전한 내용처럼 참수형의 역사는 깊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처형 방식이죠. 이 끔찍한 처형 방식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라디오에서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 문제를 외면하는 것에 불과하죠.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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