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맨큐 칼럼] 상속 재산은 어떻게 경제 성장을 돕고 있나?
2014년 6월 23일  |  By:   |  경제, 칼럼  |  15 Comments

– 역자 주: 그레고리 맨큐(N. Gregory Mankiw)는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2003~2005년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상속 재산(inherited wealth)이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토마 피케티 교수는 베스트셀러가 된 “21세기 자본론”에서 상속 재산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제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자본 수익률은 증가하는 미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그는 자본가들이 소득의 많은 부분을 저축할 수 있고 자본이 축적되며 이들이 축적된 부를 자손들에게 상속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피케티 교수는 개인의 생활 수준이 개인의 기술이나 노력보다는 재산을 얼마나 상속 받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라고 결론 짓고 있습니다.

우리는 피케티 교수의 주장에서 쉽게 허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21세기 자본론”이 출간된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북리뷰, 블로그 포스팅, 그리고 학문적 분석을 통해서 그의 주장이 가진 문제점들을 지적해 왔습니다. 거기에 더해, 경제학자들이 지금까지 미래를 예측하는 데 형편없는 성적을 보여준 것을 감안하면 그의 이러한 예언은 의심을 가지고 받아 들여야 합니다. 피케티 교수가 제안한 시나리오는 확고한 예측이 아니라 도발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죠? (So What?) 상속 재산이 뭐가 문제인가요? 우선 우리는 부모가 왜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부모들이 재산을 상속한다고 생각합니다.

1. 세대간 이타주의(intergenerational altruism): 세대간 이타주의를 경제학자들은 효용(util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효용은 인생의 만족도, 혹은 행복감을 통해서 측정되는데, 이 명제에 따르면 부모 세대의 효용은 자녀 세대가 어떤 만족감을 느끼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 명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자녀 세대의 효용은 이들의 자녀, 즉 3세대의 삶의 질에 따라 결정이 되고 3세대의 효용은 4세대의 삶의 질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한 사람의 효용은 단순히 본인의 인생이 어떠했는가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질 자손들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2. 소비 평탄화(consumption smoothing): 사람들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함으로써 효용을 얻습니다. 하지만 소비에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이라는 것이 따릅니다. 방이 1개인 집에서 2개인 집으로 이사를 할 때 증가하는 효용에 비해서 방이 4개인 집에서 5개인 집으로 이사할 때 증가하는 효용이 적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소비의 정도가 크게 변화하는 것보다 평탄화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두 해 연속으로 5만 달러를 소비하는 것이 한 해에는 8만 달러를 소비하고 이듬해 2만 달러를 쓰는 것보다 일반적으로는 더 높은 효용을 가져옵니다.

3.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ward the mean): 이는 오랜 시간을 두고 봤을 때 많은 변수들이 보통의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키를 예로 들어봅시다. 당신의 키가 일반 사람들보다 매우 매우 크다면, 당신의 자녀 역시 평균보다 키가 클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자녀의 키는 당신보다 작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소득에도 이는 적용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약 당신이 소득 분포에서 98%를 차지한다면 (즉, 당신이 전체 인구의 98%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 당신의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이들이 소득 분포에서 차지할 확률이 가장 높은 구간은 바로 65%입니다. 당신의 자녀는 평균보다는 높은 소득을 보이겠지만 당신보다는 높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분포의 가장 극단에 위치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존 록펠러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들은 각자의 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기업 중 하나를 만들었고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자녀들이 부모가 성취한 것만큼 성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앞서 열거한 세 가지 이유를 합쳐서 생각해보면 왜 부유한 사람들이 상당한 재산을 자녀들에게 상속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대간 이타주의 때문에 부유한 부모들은 자신들의 소비와 저축에 관련된 결정을 자신들의 현재 필요 뿐만 아니라 후손들의 효용을 생각해서 내립니다.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후손들이 자신들보다는 경제적으로 덜 번영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대를 아울러서 소비를 평탄하게 만들기 위해서 부유한 부모 세대는 자신의 소득 중 일부를 저축해서 미래 세대에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동시에 이 논리는 왜 어떤 사람들은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지금의 소비를 줄이려고 하지 않는지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소득 분포에서 평균 이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평균으로의 회귀는 아주 좋은 소식입니다. 이들의 경우 자신의 후손들이 자신들보다는 높은 소득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균 정도의 소득을 벌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도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자신들의 후손들이 자신들 세대보다 높은 소득을 벌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직 고소득자들만이 상속 재산을 남기는 데 있어서 강한 동기를 가지게 됩니다.

정책 결정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상속 재산이 가족의 재산과 효용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몇십 년간 증가한 소득 불평등은 소득 하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거의 향상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누군가는 상속 재산이 이런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걱정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학의 분석은 다른 측면을 제시합니다. 한 가족이 미래 세대를 위해서 저축을 하면 이는 다음 세대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한 투자금이나 기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해줍니다. 자본이 투자되는 것은 자본과 노동자의 소득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본 역시 수확 체감(diminishing returns)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자본 공급이 증가하는 것은 각 자본에 돌아오는 이윤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반면 자본이 증가한 것이 노동 생산성을 높이게 되고 따라서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미래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 현재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한, 상속 재산을 물려준 사람들은 자본가들로부터 노동자들로 소득을 재분배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핵심은 상속 재산이 경제적 위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엄청난 부를 얻은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후손들에게 재산의 일정 부분을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 집에서 자녀로 태어날 정도로 엄청난 행운이 없었던 우리들 역시 그들이 후손에게 물려주는 상속 재산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왜냐면 그들이 상속한 자본의 축적이 우리의 생산성과 임금, 그리고 삶의 질을 높여주니까요.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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