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유전학(Epigenetics) 개론
후성유전학은 오늘날 생물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야 중의 하나입니다. 후성유전학은 생물학에서 약학에 이르는 많은 분야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생물학의 미스테리 중 많은 부분이 후성유전학으로 설명될 것이라 생각하며, 가끔 그 도는 지나친 듯 보입니다. 아래는 후성유전학이 언급되는 질문들입니다.
– 왜 일란성 쌍둥이는 조금 다르게 생겼을까요? 후성유전학입니다.
– 유전자 때문이 아닌 당신의 결점에 대해 부모님을 원망하고 싶나요? 후성유전학입니다.
– 뭔가 말이 안되는 실험결과를 얻었나요? 후성유전학입니다.
– 긍정적인 생각이 당신을 더 건강하게 만들까요? 미안하지만 후성유전학은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후성유전학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후성유전학 기초
후성유전학은 A, C, G, T 로 이루어진 유전자 염기서열의 상위에 존재하는 다른 정보를 말합니다. 유전자의 서열은 인체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설계도와 같습니다. 후성유전학은 이 설계도에 여러가지 색으로 형광펜을 칠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부분은 핑크색으로 더 중요하게 표시되며 어떤 부분은 푸른 색으로 덜 중요하게 표시된 것입니다.
이를 나타내는 후성 표지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이들 각각은 그 부분의 유전자를 특정 방법으로 읽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전자의 C(시토신)에는 메틸그룹이라는 작은 분자들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메틸레이티드 영역을 찾아 이 부분을 폐쇄하는 단백질이 있으며, 이 때 그 세포에서 이 부분은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즉 메틸레이션은 “지금은 이 부분을 몰라도 됩니다”라고 써 놓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표지자는 DNA 가 보다 쉽게 해당 단백질을 만들게 합니다. 넓은 영역에 작용하는 표지자가 있으며 짧은 영역에만 영향을 끼치는 표지자도 있습니다. 심지어 RNA 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직 우리는 모든 표지자들을 알지 못합니다. 이 표지자는 같은 DNA 를 가진 세포들이 다른 장기들로 발달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부모에게 물려받아 평생 유지되는 표지자가 있는 반면, 외부 환경에 의해 바뀌는 표지자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후성유전학과 외부 환경
어떤 외부자극도 후성유전체 변화(epigenetic modifications)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어떤 외부자극이 어떤 표지자와 관계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작동방식이 어떠한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예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 비스페놀 A(BPA): 플라스틱 제품에 포함된 이 화합물은 암과 다른 질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BPA 는 후성유전체를 변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운동: 운동은 근육과 지방세포의 후성 표지자를 바꾼다는 분명한 증거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 아동 학대와 아동 트라우마: 이들 역시 유전자의 메틸레이션 패턴을 바꾸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아동학대를 경험한 이들이 일생동안 건강에 문제를 가지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부모를 통해 전달되는 후성유전
이 분야의 결과들은 대부분이 아직 쥐를 통해 얻은 결과들이며, 이를 아직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섣부른 일입니다.
– 성인 쥐의 특정 환경요소의 경험이 그 후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만을 유발하는 Agouti 라는 유전자의 경우, 어미쥐의 섭식에 의해 새끼쥐의 유전자 발현이 영향을 받습니다.
– 약물중독 행위가 유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리화나의 주성분인 THC 에 노출된 쥐들의 새끼쥐들은 헤로인 중독의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 스웨덴과 네덜란드에서 기아를 겪은 세대의 3세대 후손들에게까지 그 효과가 후성적으로 전달되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가까운 조상의 영양소 결핍은 후손들을 기근에 대비하게 변화시키며, 이는 이들의 당뇨와 심장질환의 확률을 높입니다.
“후성유전학은 이제 시작입니다.”
다양한 분야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에피게놈”은 전체 게놈에 걸쳐 있는 후성 표지자를 말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해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국제 인간 후성유전학 협회(International Human Epigenomics Consortium, IHEC)는 최소 1,000개의 표준 후성유전체(epigenome)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후성유전학은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대해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내용을 알려줄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생각의 힘을 통해 자신의 후성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우리는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