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 칼럼: 나는 왜 러시아 공연을 강행했나
2013년 12월 13일  |  By:   |  세계  |  3 Comments

-엘튼 존 경이 Guardian에 기고한 글입니다.

올해 러시아에서 반동성애적인 입법이 있었던지라, 저의 러시아 공연에 대해 여러 추측과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러시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엘튼존 에이즈 재단(Elton John AIDS Foundation)을 통해 들은 러시아 사람들의 의견은 제가 꼭 러시아에 와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러시아 공연을 취소한다면 러시아에 계신 분들은 더욱 고립감을 느낄 것이고, 제가 러시아에 관심이 없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었죠.

제가 러시아에서 만난 분들은 “동성애를 부추기는” 일을 금지한 입법 때문에 HIV/에이즈 관련 건강 정보를 전하는 것마저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가정이 위험에 처할까봐 자기 자식한테도 성정체성에 대해 털어놓을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고요. 저는 공연 중에 객석을 향해 새로운 법에 대한 제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환호하는 수 천 명의 사람들을 보며 러시아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죠. 저는 러시아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고, 이야기를 하면 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하고 우리도 같은 인간임을 보여주려면 그 곳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야지, 2000마일 떨어진 곳에 앉아 있어봐야 소용이 없지요.

최근 서구의 아티스트들 중에는 안전을 이유로 러시아 방문을 취소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상기시킵니다. 오늘날 서구의 아티스트가 러시아에서 처하게 될 상황과는 비교도 안 되는 더 큰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감하게 맞선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요. 자유는, HIV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일은, 충분히 위험을 무릅쓸만 한 대의명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치 동계 올림픽 때도 갈지 말지 망설이는 분들이 많이 있겠죠. 제 생각에 모두가 동의하지 않겠지만, 저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에 가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러시아 공연에 와 주신 분들, 러시아에서 저를 만나 HIV와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중요한 과업을 계속해서 지지하겠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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