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언어들이 가지는 특별한 구조
인간의 언어에는 두 가지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동물의 경우 같은 종의 동물들은 같은 신호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 역시 눈물과 웃음은 보편적으로 슬픔과 기쁨을 나타내지만, 언어만은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두 번째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언어들이 가능한 언어구조 중 특정한 몇 가지 구조에 몰려있다는 사실입니다. 조셉 그린버그는 2천 개가 넘는 언어를 분석한 후 거의 모든 언어에서 주어(Subject)는 목적어(Object)보다 먼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동사(verb)와 목적어(O)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언어는 크게 영어와 같이 동사가 먼저 나타나는 SVO 언어와 일본어와 같이 목적어가 먼저 나타나는 SOV 언어로 나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명사 뒤에 붙어 그 명사가 주어인지 목적어인지를 알려주는 조사(markers)는 SOV 언어에서 훨씬 많이 나타나며 SVO 언어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즉 영어의 “The girl kicks ball”은 우리말로 “소녀가 공을 찬다”와 같이 표현되며 추가적인 품사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7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지에는 이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MIT의 테드 깁슨과 그의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주어와 목적어의 분명한 구분을 위해 나타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곧 주어와 목적어가 충분히 떨어져 있어 혼동의 염려가 적은 SVO 언어에서는 부가적인 요소가 필요하지 않지만, 주어와 목적어가 연달아 등장하는 SOV 언어에서는 이를 분명히 나타낼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이기 위해 이들은 기발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소녀가 공을 찬다”는 문장을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동작으로만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녀, 공, 찬다는 행동의 순서로 이를 묘사했습니다. 즉 이들은 SOV의 순서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찬다는 행동에서 주어가 소녀이고 목적어가 공이라는 것이 명백하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음 실험에서 이들은 “소녀가 소년을 찬다”는 문장을 역시 신체동작으로만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이 경우 찬다는 행동의 주어로는 소녀와 소년이 모두 가능합니다. 놀랍게도 이 실험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소녀를 묘사한 후 찬다는 행동을 나타냈고, 그다음 소년을 묘사했습니다. 곧 SVO의 순서를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SVO 언어인 영어사용자들에게만이 아니라, SOV 언어인 한국어와 일본어 사용자들에게서도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조사의 사용이 SOV 언어에만 나타나는 이유가 주어와 목적어를 구분하기 위해서라는 가설을 어느 정도 지지해줍니다.
그렇다면 왜 SVO 언어에 비해 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SOV 언어가 지구 상에는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깁슨은 여기에 대해, 실험에서와같이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SOV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설명은 곧바로 왜 인간은 SOV를 선호하는가 하는 새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왜 일부 SOV 언어에서는 조사가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SVO 언어에서는 조사가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도 남습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Scientific Ameri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