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주제의 글
  • 2021년 1월 25일. [칼럼]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언어, 나치의 언어를 닮았습니다

    Martin Puchner (하버드대 영문학/비교문학 교수), Los Angeles Times 원문보기   문헌학자인 빅토르 클렘페러(Victor Klemperer)는 나치 시대의 시작을 아주 미묘한 지점, 곧 언어의 변화에서 찾았습니다. 언어학적 뉘앙스를 살피는 것이 업이었던 그는 주변 독일인들이 쓰는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죠. 새로운 단어와 슬로건, 표현들이 반드시 정치적인 것들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돌아보니 이 새로운 언어가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기 훨씬 전부터 민주주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고 클렘페러는 회상했습니다. 미국 의사당이 공격을 받은 뒤, 트럼프가 사태 직전 어떤 더 보기

  • 2019년 8월 19일. 왜 “큰 언어”의 문법이 덜 복잡할까?

    스탈린에게 러시아어는 제 2의 언어였습니다. 조지아 출신 독재자의 러시아어에는 숨길 수 없는 악센트가 있었고 어미를 흐리는 버릇이 있었죠.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사실을 말해줍니다. 첫째는 아무리 노출이 많아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몹시 어렵다는 것입니다. 스탈린은 10세 전후에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해 어른이 되고나서는 내내 러시아어를 썼거든요. 다른 하나는 언어들이 쓸데없이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어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음에도 철권으로 소련을 지배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러시아어는 실제로 배우기 힘든 언어로 꼽힙니다. 크고 강한 더 보기

  • 2018년 10월 1일. 익명의 글, 필자를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은?

    세상 모든 작가에게는 남용하는 단어가 한 두 개쯤 있을 겁니다. 본 칼럼이 남발하는 형용사로는 “매혹적인(fascinating)”을 꼽을 수 있죠. 2004년에 출판된 케이트 폭스의 인류학 대중서 “영어 바라보기(Watching the English)”에는 총 500페이지 속에 “liminal(한계의, 문턱의)”이라는 단어가 24번 등장합니다. 저자가 펍처럼 일터와 집 사이의 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형용사죠. “liminal” 이 같은 해 영어로 출판된 책에 등장하는 단어 중 단 0.00009%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트 폭스는 평균보다 약 180배 이 단어를 쓴 셈입니다. 더 보기

  • 2018년 2월 5일. 크리올어의 탄생, 두 가지 학설

    93세의 노교수 엘드리드 존스는 점자 성경책에서 잠시 손을 떼고, 처음 고향 시에라리온을 떠나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 가게 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후 그는 서아프리카 최초의 대학인 프리타운 푸라 베이 대학의 총장이 되었고, 유일한 크리오어(Krio, 시에라리온의 공용어) 사전을 공동집필했죠. 크리오어는 얼핏 엉터리 영어처럼 들립니다. 가장 흔한 인사말인 “Aw de bodi?”는 말 그대로 ”몸이 어떠하냐?(How’s the body?)”는 뜻이죠. “잘 잤냐”, “일은 어떠하냐”와 같은 말도 같은 뜻의 영어와 비슷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크리오어는 다른 언어의 더 보기

  • 2016년 9월 20일. 멀리 떨어진 외국어에서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발견되는 이유

    어떤 단어의 발음은 그 단어가 갖는 의미와 관계가 없다는 것이 언어학자들 사이의 주류 의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데미언 블라시(Damian Blasi)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근 새로운 학설을 내놓았습니다. 여러 언어에서 같은 의미를 갖는 단어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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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3월 2일. [전문번역] 옮기는 이 (The Interpreter):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그리고 연구자의 인생에 관하여 (6)

    피치의 실험은 완전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에버렛은 그의 믿음을 고수하는 가운데, 지금은 별거 중인 그의 아내 커렌은 다른 의견을 내놓습니다. 피라한 어의 핵심은 음절이 아닌 운율(prosody)에 있기 때문에 따라부르지 않고서는 피라한 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에버렛은 글쓴이를 포르토벨로 공항으로 데려다주며 커렌에 대한 괴로운 심경을 비춥니다. 피라한 어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시각을 보여주며, 생각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글은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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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2월 27일. [전문번역] 옮기는 이 (The Interpreter):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그리고 연구자의 인생에 관하여 (5)

    피치는 피라한 족에게 언어 실험을 실시하며 온갖 어려움을 겪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프로그램이 멈추고, 피라한 족 참여자는 지시에 제대로 따르지 않는데다, 부족 사람들은 밖에서 떠들며 실험을 방해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피치를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피라한 족에게서 회귀성을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에버렛은 그것이 인지적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피라한 족의 태도, 즉 문화적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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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2월 16일. [전문번역] 옮기는 이 (The Interpreter):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그리고 연구자의 인생에 관하여 (4)

    문화인류학 저널에 실린 에버렛의 논문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촘스키의 이론에 따라 회귀성(혹은 재귀 용법)이 인간의 언어에서 유일하게 발견되는 특징이라 믿어 왔던 언어학자들은 피라한 족이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냐며 비난합니다. 한편 발달심리학자나 인류학자들 중에선 에버렛의 관점을 지지하는 이들이 나타납니다. 심지어 핑커조차 촘스키의 보편문법이론이 완전무결하지 않다는 데 동의합니다. 촘스키와 더불어 회귀성이야말로 인간 언어의 핵심이라 주장하는 테쿰세 피치는, 그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에버렛의 도움을 받아 피라한 족에게 실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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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2월 13일. [전문번역] 옮기는 이 (The Interpreter):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그리고 연구자의 인생에 관하여 (3)

    다툼에 휘말린 에버렛은 학계에 염증을 느끼고 피라한 족 마을로 돌아가 3년을 보냅니다. 2004년 <사이언스>에 피라한 어의 숫자어휘가 피라한 족의 숫자 세는 능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논문이 실리자, 에버렛은 그 논문을 반박하는 새로운 논문을 집필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에버렛은 피라한 족의 문화적 특징, 즉 눈앞의 현실에 몰두한 나머지 추상적인 개념을 거부하는 문화가 그들의 언어습관에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을 내놓게 됩니다. 언어활용이 인지능력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문화적 관습이 언어활용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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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2월 10일. [전문번역] 옮기는 이 (The Interpreter):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그리고 연구자의 인생에 관하여 (2)

    아마존의 오지에서 난해한 언어를 습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건강 등의 문제로 전임 언어학자들이 잇따라 떠나는 가운데, 에버렛은 마침내 촘스키의 관점에 입각하여 피라한어를 해석하는 박사논문을 출판합니다. MIT의 방문학자로서 마침내 촘스키와 함께 일하게 된 에버렛은 촘스키의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피라한어의 특징을 놓고 고민하다, 문화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 언어학자 사피어의 논문을 접하게 됩니다. 이는 에버렛에게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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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2월 6일. [전문번역] 옮기는 이 (The Interpreter):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그리고 연구자의 인생에 관하여 (1)

    언어학자 대니얼 에버렛은 30년간 아마존 열대우림에 머물며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언어인 피라한어(Pirahã)를 연구해 왔습니다. 2005년 발표된 그의 연구는 노암 촘스키의 보편문법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언어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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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3월 19일. 오늘날의 영어를 만든 8가지 실수들

    영어를 바르게 읽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는 그 중 340명이 ‘기타 등등’을 뜻하는 ‘etc’ 를 ‘엣세트라(etcetera)’가 아닌 ‘엑스-세트라(ex-cetera)’로 읽었고, 260명이 에스프레소를 ‘엑스프레소(ex-pressos)’로 읽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또한, ‘처방(prescription)’을 ‘퍼스크립션(perscription)’또는 ‘프로스크립션(proscription)’으로 읽는 경우도 20%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수는 곧 언어가 변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표준적인 영어에는 이러한 과거의 실수들이 녹아 있습니다. 여기 전문적인 용어를 가진 8가지 대표적인 실수가 있습니다. 첫 ‘n’ 의 생략(rebracketing): 살무사(adder), 앞치마(apron), 심판(umpire)등의 단어에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