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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4일
지난 며칠 동안 나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무시되어온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다루는 흥미로운 학회에 참석했습니다. 곧, 양자역학은 실재를 근본 수준에서 다루는 학문이 아니며 보다 깊은 곳에 위치한 실재의 한 반영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주장의 선두에 서 있는 이는 1999년 표준모형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헤라르트 엇호프트입니다. 나는 그와 비프 굴라쉬, 그리고 옥수수 스튜로 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흥미로워 하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엇호프트는 양자역학의 악명높은 우연성이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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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4일
2부 보기 슬로만과 펀바흐 교수는 이 효과를 “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한 착각(illusion of explanatory depth)”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실제로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안다고 믿고 있죠. 그리고 우리가 그런 착각에 빠진 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들 덕분입니다. 화장실의 예로 돌아가 볼까요? 내가 그 세세한 작동 원리까지는 몰라도 화장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 다른 누군가가 수고를 들여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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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
1부 보기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잘 알려진 기제를 생각해 봅시다. 확증 편향이란 사람들이 자신이 기존에 믿는 바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 하고, 자기 생각에 어긋나는 정보는 거부하는 편향을 말합니다. 인간의 수많은 비합리적인 사고 가운데 확증 편향만큼 잘 알려지고 잘 정리된 오류도 없을 겁니다. 확증 편향에 관한 실험만으로도 교과서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니까요. 이에 관해 가장 잘 알려진 실험을 진행한 기관도 오늘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탠포드대학교입니다. 연구진은 사형에 관한 의견이 다른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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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
육상계에는 대표적인 기록 장벽이 세 개 있었습니다. 그 중 1마일 종목의 4분 장벽은 1954년 영국의 로저 배니스터 경이, 100미터 종목 10초 장벽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미국 육상선수 짐 하인스가 깨뜨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류가 넘어서지 못한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42.2km를 2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이죠. 마라톤 종목의 현재 세계 기록은 2시간 2분 57초로, 2014년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 선수가 세운 것입니다. 육상계에서는 올해 9월 24일 열린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케냐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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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
인지과학자들은 집단생활을 영위하던 인류의 조상에게는 정확한 추론을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보다 한 번 굳힌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생존에 더 유리했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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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0일
국가 경제의 건강과 국민의 건강 사이에는 다소 놀라운 상관관계가 존재합니다. 지금처럼 실업률이 낮고 경제 성장이 탄탄한 시기에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이 건강 증진에 기여하지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200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로존 금융위기 직전인 2004~2007년과 위기 이후인 2007~2010년 유럽 국가들을 분석한 연구에서 실업률이 1%P 상승할 때마다 전체 사망률이 0.5%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같은 실업률과 사망률의 반비례 관계는 다른 시기에 유럽을 조사한 여러 연구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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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0일
2004년 HBO는 드라마 섹스앤더시티 최종화를 방영했습니다. 사라 제시카 파커가 분한 자기 중심적인 칼럼니스트 캐리 브래드쇼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분한 천재적인, 그러나 차가운 예술가 알렌산더 페트로스키와 함께하기 위해 파리로 거처를 옮깁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캐리가 아닌 자신의 전시회에만 신경을 쓰고, 캐리는 뉴욕과 뉴욕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을 점점 더 그리워하게 됩니다. 시청자들은 캐리가 알렉산더를 떠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왜 알렉산더를 떠나는지에 대해 캐리가 하는 말에도 놀라지 않습니다. 캐리는 자신의 알렉산더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다고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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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9일
2부 보기 “최고지도자 김정은 동지를 향한 비방만큼은 반드시 저지하라” 북한이 사이버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목표로 삼는 것이 있다면 최고 지도자인 33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떠받드는 것입니다. 2014년, 영국의 방송국인 채널 4가 평양에서 납치된 영국인 핵 과학자를 다룬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북한 해커들은 채널 4 방송국을 공격했습니다. 먼저 북한 정부는 채널 4가 기획한 해당 드라마 “오포지트 넘버(Opposite Number)”를 가리켜 “중상모략을 꾸미는 소극(笑劇)”이라며 영국 정부에 항의했습니다.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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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9일
1부 보기 별 볼 일 없던 수준에서 정예 해커 군단을 키워내기까지 현재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총지휘하고 있는 독재자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은 영화광이었고, 인터넷에도 관심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북한에서 인터넷은 최고위층만 누릴 수 있는 엄청난 특권이자 사치재였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숨을 거뒀을 때 북한 전역에서 쓰는 IP 주소는 총 1,024개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뉴욕시의 한 블록 안에 있는 IP 주소 수보다도 적은 숫자로, 북한에서 인터넷이 얼마나 통제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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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8일
미국 사회주의 학자나 평론가들의 분석 기사를 소개하는 세계 사회주의자 웹사이트(World Socialist Web Site) 회장 데이비드 노스(David North)는 올해 4월 페이지의 트래픽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뉴스에 대한 피로감이나 정치의식의 변화를 이유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들여다보며 그는 곧 다른 이유를 찾아냈죠. 구글이 더 이상 사용자들의 검색어를 해당 사이트로 연결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노스는 이것이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개입이라고 주장합니다. 구글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이 검색 결과를 직간접적으로 조작하고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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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8일
지난해 뉴욕 연방준비제도에 개설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를 해킹해 총 10억 달러를 빼돌리려던 해커들의 공격은 철자를 잘못 쓴 탓에 좌절됐습니다. 북한 해커들의 소행으로 알려진 이 공격은 당시 자금을 인출하는 기관명으로 재단이란 단어를 “foundation”이 아닌 “fandation”으로 오기해 의혹을 샀고 이내 해킹 사실이 드러났던 겁니다. 그러나 해커들은 8천1백만 달러를 기어이 빼돌렸고, 이 돈은 끝내 회수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난 5월 랜섬웨어 공격은 22살 영국 청년이 우연히 확산을 저지하지 않았다면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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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8일
오늘날 전 세계에는 충격적으로 많은 사람이 노예로 살고 있습니다. UN 산하 기관인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은 약 4천만 명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네 명 중 한 명이 어린이입니다. 열 명 중 일곱 명은 여자입니다. 현대 노예 시스템은 당연히 눈에 띄지 않게 운영되기 때문에 희생자들의 신분을 알아내거나 희생자의 수를 조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매우 깊이 있게 진행된 이 조사결과조차 보수적인 수치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4천만 명은 →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