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부시(Laura Bush): 국경에서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미국의 전 영부인 로라 부시가 6월 17일에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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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은 이 나라의 모든 아버지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기 위한 국경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날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강제로 격리하는 사진들을 수백만 명의 미국인과 함께 보아야만 했습니다. 4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약 6주 동안 미국 국토보안부는 거의 2천 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집단 격리시설로 보냈습니다. 이 중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4살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들을 격리한 이유는 미국이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이들의 부모에 대해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 policy)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경이 인접한 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경을 지키려는 국가의 노력에 감사하고,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공권력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관용 정책은 잔인합니다. 부도덕합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정부는 대형 슈퍼마켓을 개조한 장소에 아이들을 물건처럼 적재하는 일을 멈춰야 합니다. 엘파소(El Paso) 외곽 사막에 텐트 몇 개를 만들고 아이들을 그곳으로 몰아낼 계획을 세우는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이 모습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 비 미국인을 포로수용소(internment camp)에 격리한 사건과 매우 흡사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사건이 미국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 중 하나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격리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격리를 경험한 사람은 또한 심장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격리되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의 2배입니다. 또한 격리된 적이 있는 사람은 평균 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짧습니다.
미국인은 미국은 도덕을 추구하는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미국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보거나 가난,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역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미국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피부색이 아닌 그 사람의 내면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는 관용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가 진정 그러한 국가라면 이 아이들이 다시 부모와 같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입니다. 나아가 처음부터 부모와 아이를 떨어트리지 않는 것이 저희의 의무입니다.
모든 미국인이 미국의 이민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무관용 정책은 정답이 아닙니다. 저는 거의 10년 전에 워싱턴에서 떠났지만, 저는 워싱턴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보다 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최근에 미국소아과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의 원장을 맡은 콜린 크래프트(Collen Kraft)는 미국 난민재정착사무국(U.S. Office of Refugee Resettlement)이 운영하는 난민수용소를 방문했습니다. 크래프트의 보고에 따르면 그곳에 침대, 장난감, 색연필, 놀이터, 기저귀가 있었지만, 그곳의 근무자들은 아이들을 만지거나 안아주지 말라고 교육받고 있습니다. 아직 기저귀도 때지 못한 아이를 안지 못하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29년 전 저의 시어머님인 바버라 부시(Barbara Bush) 전 영부인이 에이즈 감염 어린이들을 돌보는 시설인 할머니의 집(Grandma’s House)에 방문했습니다. 그 당시에 에이즈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고, 에이즈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은 불가촉자(untouchables)로 여겨졌습니다. 부시 여사가 이 시설을 방문했을 때, 그 당시 영부인이었던 부시 여사는 도노반이라는 이름의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달랬습니다. 저의 시어머님은 그런 행동이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3살짜리 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경험해본 그녀는 모든 아이가 인간적 정과 동정,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2018년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더 인간적인, 연민 어린, 도덕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