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게바라 : 티셔츠에 남은 한 사진에 대한 이야기
이 사진은 티셔츠나 머그컵, 재떨이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60년 3월 5일 아바나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프랑스 화물선인 쿠르브호 폭발 희생자의 장례식에서 체게바라로 알려진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Ernesto Guevara de la Serna)를 촬영한 것입니다. 벨기에제 탄약을 운반하던 쿠르브호는 1960년 3월 4일 아바나 항구에서 폭발하였으며, 이 폭발로 최소 75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쿠바는 이 사건의 배후로 CIA를 지목했으나 미국은 단순한 사고라는 설을 지지하였습니다. 이 장례식에 참석한 체는 시선은 위쪽으로 향한 채 영웅적인 모습으로 단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원본 사진에는 왼쪽에 다른 사람의 얼굴이 일부 나오고 오른쪽에는 나뭇잎이 걸쳐 있습니다. 이 사진을 촬영한 이는 공산주의 혁명가이자 피델 카스트로의 사진사를 10년 동안 역임한 알베르토 코르다(Alberto Korda)입니다. 이 날 코르다는 체게바라의 사진은 두 장밖에 찍지 않았지만 그 중 한 사진은 이후 전 세계를 떠돌게 됩니다.
이 사진의 첫 번째 버전이 1961년, 체게바라에 대한 쿠바 <레볼루씨온(Revolucion)>지의 기사에 사용됩니다. 그러나 당시 이 사진은 국제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1967년, 볼리비아군에 의해 체게바라가 처형당한 후, 이 사진은 시적인 혁명가를 완벽하게 표현한 사진으로서 다시 한 번 전 세계 미디어에 게시됩니다. 이 사진이 모든 형태의 매체로 수없이 재현될 수 있었던 것은 저작권의 결함 덕택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알베르토 코르다는 이 이미지의 자유로운 사용을 묵인하였습니다. 심지어 그는 원본 인화본을 이탈리아인 편집자인 잔지아코모 펠트리넬리(Giangiacomo Feltrinelli)에게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코르다의 사진을 입수한 펠트리넬리는 체게바라가 죽었을 때, 그 사진을 수백만 장 인쇄하는 데 이용합니다. 이후 이 이미지는 모든 곳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2000년에 들어서야 알베르토 코르다는 자신의 저작권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보드카 제조업체에서 제품 광고에 그의 체게바라 사진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상향을 꿈꾸는 파르티잔으로서 체게바라가 자신의 목숨을 던졌던 만큼, 저는 체게바라에 대한 기억과 전 세계에 사회적 정의의 이유를 퍼뜨리기를 원하는 이들에 의해 체게바라가 재생산되는 것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체의 이미지를 술과 같은 제품의 홍보를 위해 남용하거나 체의 명성을 흠집 내는 데 사용하는 것에는 철저히 반대합니다.”
이 지점에서 그는 보드카 회사와의 소송에서 승리합니다. 그는 주류회사에서 보상금으로 지급된 5만 달러를 쿠바 의료체계에 기부합니다. 즉, 이 이미지를 사용한 이는 사진에 상응하는 이익을 절대 얻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사진가의 딸 또한 체게바라 이미지의 남용에 대한 대장정을 시작하였습니다. 2008년에는 유니폼에 체게바라의 사진을 사용했던 핸드볼팀과 체게바라의 사진을 제품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던 시가와 파이프 담배 인터넷 판매업자와의 소송에서 승리하였습니다. (Nouvel Observate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