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일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 뇌가 활동을 멈추고 외부 세계와 단절될 거라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고정관념입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 뇌는 완전히 스위치를 끄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히려 뇌는 살짝 문을 열어놓습니다.
예를 들어 잠을 자는 사람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라든지 알람 시계나 화재 경보 소리를 들으면 잠을 쉽게 깨지만 비슷한 음량의 다른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그만큼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생물학회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진은 잠을 자는 동안 뇌에 전달되는 자극은 마치 깨어있을 때처럼 어떤 판단을 내리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실험은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선 참가자에게 단어를 들려주고 그 단어가 동물 이름인지 사물 이름인지 결정하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동물 이름이고 ‘모자’는 사물 이름입니다. 두 번째 실험에선 그 단어가 말이 되는 단어인지 아무 의미 없는 음성인지를 결정하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망치’는 뜻이 있는 단어지만 ‘파부’는 사전에 나와있지 않는 소리입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단어를 듣고 좌우 양쪽에 달린 버튼 중 하나를 누르게 했습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잠이 들어도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실험실은 어두운 방이었고 참가자는 침대에 누워있는 데다 실험이 단순 반복 작업이었기 때문에, 참가자 대부분은 단어가 지나가는 동안 쉽게 잠이 들었습니다.
참가자 머리에 EEG 전자 장치를 붙여놓았기 때문에 연구진은 그들의 각성 상태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도, 잠에 빠진 실험 참가자는 손가락으로 버튼 누르기를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손은 움직이지 않아도 뇌는 반응을 했습니다.
왼쪽 손가락 움직임은 우뇌가, 오른쪽 손가락의 움직임은 좌뇌가 관여합니다. 그러므로 뇌 활성화 상태를 관찰하면 사람이 어느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시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실험 참가자가 잠이 든 동안에도 뇌는 들리는 단어에 관해 판단을 내리고 좌우 손가락 반응을 준비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험 참가자는 깨어있는 동안 들었던 단어는 쉽게 기억해 냈지만 잠자는 동안 들었던 단어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잠자는 동안 복잡한 정보를 처리했음에도 실은 무의식 상태에서 그 일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이 연구는 뇌의 수면 중 활동에 관한 연구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 뇌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실제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잠자는 동안 할 수 있는 일과 못 하는 일은 어떻게 나뉠까요?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읽어줘도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The convers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