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불평등이 초고층 빌딩의 건설을 촉진시킨다?
– 알렉스 마쉘(Alex Marshall)이 Governing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난 10년간 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숫자의 초고층 빌딩이 건설되었습니다. 중국의 경우 초고층 빌딩의 수가 이미 1200을 넘어섰으며 이중 200미터가 넘는 빌딩은 300개 이상, 300미터가 넘는 빌딩은 24개나 됩니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인구는 8백만 밖에 되지 않지만 250개의 초고층 빌딩이 있으며, 이 중 20개의 빌딩의 높이가 300미터를 넘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에는 900여 개의 초고층 빌딩이 있는데, 200미터가 넘는 빌딩은 163개, 300미터가 넘는 빌딩은 14개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빌딩의 높이가 점점 높아질수록 더 극심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입니다. 예를 들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고층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소득 상위 10%가 소득 하위 10%가 올리는 소득의 21배 이상을 벌어들입니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초고층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 소득격차는 16배로 나타납니다. 반면 초고층 빌딩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독일과 일본의 경우 이 수치는 각각 7배, 4.5배로 현격히 줄어듭니다.
저는 이처럼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곳에서 더 많은 수의 초고층 빌딩이 존재하는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한 사회의 부와 권력 분배의 자화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의 초고층 빌딩은 결국 더 양극화된 소득과 부의 분배 과정을 여실히 반영한다는 것이죠. 부와 권력의 분배는 초고층 건물의 건설계획을 두고 벌어지는 의결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가령, 중산층과 서민층이 보다 강력한 경제적, 정치적 역량을 지닌 사회에서는 초고층 건물이 유발할지 모르는 일조권 침해, 돌풍, 교통체증, 지가 상승 등과 같은 문제를 이유로 초고층 건물의 건설이 효과적으로 제지될 수 있습니다. 반면, 경제적, 정치적 역량이 부족한 중산층과 서민층이 내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의결과정에서 묵살당하기 마련이지요.
럿거스(Rutgers)대학의 경제학자 제이슨 바(Jason Barr)는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뉴욕시에서 벌어진 초고층 빌딩의 건축 사례와 소득 상위 1%가 가져가는 국부의 비율을 비교해본 결과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한 가지 예로, 경제양극화가 가장 극심했던 1920년대에, 뉴욕에 현존하는 초고층 빌딩 중의 하나인 크라이슬러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건설된 사례를 들 수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 바의 연구가 경제불평등이 초고층빌딩의 건설을 촉진시킨다는 이론을 완전히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이나 뉴욕과 같이 소득 불평등이 극심하지만 초고층 빌딩이 거의 지어지지 않은 브라질과 같은 사례 또한 함께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Governing)